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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가 던진 작은 교훈

소통하지 못하고 홀로 부유하는 젊은이들의 삶과 꿈을 잔잔히 녹여낸 <문화방송> 드라마 <아일랜드>가 지난 22일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김창완의 따뜻한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버림받고 낙오된 네 인물의 화해와 소통, 그리고 포기되지 않는 희망 속에 이어가는 삶과 사랑을 암시하는 마무리였다. 중아는 어린 재복을 보듬어 안고, 어린 시연의 손은 국의 손에 포개어졌다. 흑백과 컬러로 한 화면에 드러난 유년 시절과 현재는 과거와 화해함으로 이미 시작되고 있는 미래를 상징했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인정옥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말들을 만들어 냈던 <아일랜드>는 극단을 오가는 평가를 받았다. ‘남매 간에 바람을 피우는 패륜·불륜극’이라는 비난과 한국 드라마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예술 드라마’라는 극찬이 엇갈렸다. 전작 <네 멋대로 해라>를 넘어서지 못 했다는 걱정 어린 비평이 있는가 하면, 전작을 한 단계 뛰어넘어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는 칭찬도 적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가볍고 통속적인 소재에 천편일률적이고 식상한 이야기 구조만을 되새김질하는 한국 드라마에 적잖은 자극을 줬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중장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려면 주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어야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시청률 싸움에만 매몰돼 동어반복적인 이야기들의 껍데기만 바꿔 반복하는 드라마에 발전이란 없다. <아일랜드>는 평균 가구시청률 10.2%(티엔에스 미디어 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20, 30대 여성 시청률이 각각 7.7%와 6.3%로 가장 높게 나오는 등 젊은층의 시청률이 두드러졌지만, 유명세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기존 드라마와 달리 독특한 캐릭터와 개성있는 대사, 그 안에 녹아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 의식으로 <아일랜드>는 반성 없는 한국 드라마에 작은 교훈을 선사했다.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많았다. 우선 횟수가 더할수록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결함을 보였다. 서사보다는 캐릭터 위주로 꾸려진 탓이다. 영화라면 모르겠으나 캐릭터만으로 16회짜리 드라마를 끌고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성적인 캐릭터에 탄탄한 이야기 구조까지 얹혔다면 영화가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시적인 혹은 광고 카피 같은 대사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너무 어려웠다는 대중의 평가도 있었다. 인 작가가 혹여 ‘작가주의’라는 함정에 빠져 홀로 헤맨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지점이다. 항상 지적되는 바이나 연기자들의 역량도 부족했다. 촬영시간에 쫓겨 연기 연습할 시간도 없는 드라마가 갖는 한계라는 변명도 있을 테지만, 제작 시스템의 변화는 제작진뿐 아니라 연기자들의 노력에서도 시작된다.

사족. 현빈이 <아일랜드>의 최고 수혜자로 우뚝 선 반면, 눈에 띄는 변신으로 ‘연기파 배우’임을 확인시킨 김민정이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듯 아쉬움이 남는다. 여배우에게 더욱 척박한 한국 연예계에서 대중적인 인기의 길만 골라 걸어오지 않은 그가 <아일랜드>를 통해 새로 도약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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