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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랑 연기를 배워가며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2004-10-27

<내 머리속의 지우개> 정우성, 손예진 인터뷰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최루성 정통 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25일 오후 CGV용산11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연배우 정우성, 손예진은 "처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머리 속이 하얘진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 시사회장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영화를 왜 선택했나.

정우성 마지막 신 때문이었다. 그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기존의 정통 멜로 영화들과는 차별화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잡히지 않을 듯한 희망에 기대를 거는 철수의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순간 철수가 수진에게 던지는 한 마디가 얼마나 소중한가.

손예진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소재가 독특한 느낌이었다. 기억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게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했다. 수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멜로 연기를 한 소감이 어떤가.

정우성 늘 진지한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내 20대를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점이 청춘멜로 영화를 못 해본 것이다. 철수는 사랑을 간직했을 법한 인물이지만 사랑을 못해본 인물이다. 연기하면서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 등을 이입시키며 연기를 했다. 목 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면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다만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숙제다.

손예진 나 같은 경우에는 왜 계속 멜로 연기만 하냐고 묻는데, 영화가 끝나는 동시에 '아, 이번에는 진짜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각오가 새롭게 든다. 멜로 연기는 끊임없이 도전하며 완성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일본에 일찌감치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기분이 어떤가.

정우성 굉장히 기분 좋은 소식이다. 돈을 떠나 현지에서 개봉을 하면 기대치에 맞는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랄 뿐이다.

실제로 연인이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다면?

정우성 철수가 수진을 찾아 요양원에 간 장면에서 감정을 잡는데 무척 고생했다. 순간 나 정우성이 생각하는 사랑이 불현듯 내 머리 속에 들어와 철수의 감정을 방해할것 같았다. '그러면 넌 영화에서와 같은 사랑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다. 그리 쉽게 대답할 질문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영화처럼 상대방을 그만큼 사랑했다면 아마 끝까지 지켜주려고 노력은 할 것 같다.

손예진 수진과 똑같이 헤어지자 할 것 같다. 그것이 처음에는 힘들어도 5-6년간 병이 악화해가는 모습을 다 겪고 헤어지면 서로 너무 아플 것 같다. 행복할 때 헤어지는것이 좋을 것 같다.

정우성 씨는 청춘의 아이콘이라 불려왔는데 조만간 연출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있어왔다.

정우성 연기는 계속 할 것이다. '청춘의 아이콘'은 버리기 아까운 수식어다. 청춘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나 역시 불러만 준다면 언제든 출연할 용의가 있다. 20대에 연기하는 청춘은 거칠다. 지금 청춘을 연기하면 좀 더 성숙한 사고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연출은 서른이 되면 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민망하다. 항상 '내년에는 연출을 해야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올해 역시 '내년에는 해야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극중 수진이 남성 스킨향에서 추억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그런 냄새가 있나.

손예진 여름 바람 냄새가 좋다. 문득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바람 냄새가 대학때 친구들과 놀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정우성 여름날 소나기 냄새가 좋다. 또 가을날 포장마차에서 풍겨나오는 튀김 냄새도 좋다. 묘하고 훈훈하다.

정우성씨는 TV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 없나.

정우성 난 배우다. 극중 철수가 목수인것처럼, 영화는 수공예적인 만족도를 준다. 물론 이점이 대중에게는 즉각적으로 다가가지 않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다만 요즘에는 내가 작품에 출연하는 텀이 기니까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속 편하게 드라마 한편 찍을까 하는 생각도 하곤 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앞으로 잡혀있는 영화들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싸이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