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뺀 나머지 지면에 딱 맞게 개발된 만화 형식. 4페이지에 컬러로 구성되어 있으며 급격한 앵글변화나 숏의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고, 단과 칸도 기본적인 분할로만 끌고 가는 만화. 이 만화의 핵심은 3+1의 구조로, 1~3페이지 사이에 끌어올린 분위기, 감정, 이야기, 성격을 마지막 1페이지에서 뒤집어 웃음을 주는 것이다. 양영순의 <아색기가>와 곽백수의 <트라우마> 그리고 이상신, 국중록의 <츄리닝>이 약간씩 다른 감각을 보여주며 인기를 모으고 있고, 김행장의 <좀비콤비>는 B급 정서를 담아내며 고군분투 중이다. 구분을 짓자면, <아색기가> <트라우마> <츄리닝>이 한 집합에 속해 있고, 다른 집합의 영역에 <좀비콤비>가 있는 셈이다.
이중 <츄리닝>은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에 모든 힘을 집중하는데,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었던 에피소드들도 대부분 ‘반전의 기발함’에서 출발한다. 이번에 단행본으로 묶여 나온 <츄리닝> 1권은 전체 작품의 모음집이 아니라 베스트 모음집. 따라서 <츄리닝>표 반전의 엑기스를 맘껏 맛볼 수 있다(아니, 1권은 조금 모자란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나 ‘탱구네 가족’만은 예외다. 늘 동일한 성격으로 등장한다. ‘가족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환상을 깨며 웃음을 준다. 여자로 오인받는 미중년 아버지는 영화배우를 꿈꾸는 빌딩 청소원(이기도 하며 엄마손 식당 주인이기도 하다). 형 역시 미소년이지만, 탱구만 동그란 얼굴의 2등신 캐릭터. 하지만 탱구의 출생비밀은 바로 엄마와 똑같이 생긴 얼굴. 우동 한 그릇을 시켜 포장마차 주인에게 감동을 주다가 그것을 한 사람이 먹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는 그런 가족이다.
하지만 이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도 억지스럽지 않다.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말이다.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만을 위해 앞의 3페이지를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앞의 3페이지의 자연스러운 전개를 통해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4페이지로 빠르게 독해되고, 3+1의 구조를 통해 안정감 있는 구조로 전개되는 <츄리닝>은 게시판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지니고 있어 개인미디어와 게시판을 통해 무한 복제되며 확산되어가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에 적합한 만화다. 이 만화를 게시판이나 신문지면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단행본을 통해서 만나는 것은 어색한 소비일지도 모르겠으나, 잘 골라진 베스트 만화는 다시 봐도 재미를 준다. 혹 <츄리닝>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이 계신다면 더더욱 강력추천.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