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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업]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에 고교동창생 이름 썼다가 소송당해
문석 2004-10-18

웃음으로 넘기기엔 상처가 너무 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지만 스크린의 경우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에 사는 세명의 40대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사진)과 유니버설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보면 말이다. 링클레이터의 고등학교 동창들인 이들은 1993년에 발표된 <라스트 스쿨>(Dazed and Confused)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허락없이 사용된 이후 끊임없는 모욕 속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1976년 학기의 마지막 날,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 영화에서 리처드 플로이드는 랜달 ‘핑크’ 플로이드, 바비 우더슨은 데이비드 우더슨, 앤디 슬레이터는 론 슬레이터로 이름만 바뀌어 나오며, 이들 캐릭터는 실제 자신들의 삶과 무관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영화에서 플로이드는 70여명의 캐릭터 중 몇 안 되는 제대로 정신이 박힌 인물로 나오고 우더슨은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도 여고생들에게 ‘작업’을 일삼는 인물로 등장하며 슬레이터는 대마초에 환장한 ‘또라이’로 보여진다. 현재 플로이드는 자동차 딜러이며, 슬레이터는 건축회사 사장, 우더슨은 기술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당사자인 리처드 플로이드는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을 즐겁게 보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사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사는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그들 삶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면서 “잔인하게 괴롭히고 당혹감을 주며 조롱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93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 영화는 얼마 뒤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 이들 세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동일시되면서 사인 공세에 시달렸으며 “의도치 않은 명사가 돼 사생활을 대중에게 빼았겼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질 것을 기대했으나 2002년 DVD가 출시되며 다시 주목을 받게 되자 소송을 준비해왔다. 자신의 실제 삶에서 영화 캐릭터를 뽑아내는 감독들이여, 미리미리 ‘이름 사용 승낙서’를 받아놓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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