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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 예능 프로그램도 전면전
2004-10-16

MBC와 SBS가 최근 뉴스보도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다. 피 말리는 시청률 전쟁은 시청자의 기호와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데다 일선 제작현장에는 엄청난 부담감을, 인기 연예인은 출연을 두고 양 방송사의 눈치를봐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등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을개편과 맞물려 두 방송사의 편성이 일부 변경되는 과정에서 유사 프로그램들이 같은 요일에 배치되면서 피할수 없는 승부가 펼쳐지는 상황이다. 특히 각사의 간판 프로그램은 방송시간대까지 겹쳐 자존심을 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먼저 수요일에는 각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목요일 밤 방송되던 SBS <생방송 한밤의 TV연예>가 수요일 오후 9시대로 옮기면서 이날 오후 11시 방송되던 MBC <섹션TV 연예통신>과 맞붙었다. 목요일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같은 날 편성됐다. MBC <코미디 하우스>가 토요일에서 목요일 오후 7시대로 옮겨 방송되며, 일요일 오후 방송되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목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된다.

예능프로그램의 각축장인 주말에는 대결이 더욱 치열하다. 토요일 오후 6시대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짝짓기' 프로그램이 부활해 정면대결한다. MBC는 16일부터 <심심풀이>에서 새 코너 '러브 서바이벌 두근두근'을 방송하며, SBS 역시 <실제상황 토요일>에서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코너를 신설했다. 각각 첫번째 참가자로 톱가수인 비와 신화를 내세워 인기몰이를 노리고 있다.

일요일 저녁에는 각사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이 맞붙어 관심을 모은다. SBS는 토요일 방송되는 <실제상황 토요일>의 'X맨을 찾아라' 코너를 <일요일이 좋다>로 이동해 방송한다. 이에 따라 일요일 저녁시간대에는 양사의 간판격인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벌'과 'X맨을 찾아라'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렇듯 두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들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좀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시대적 요청과는 멀어져가고 있다.

이처럼 격돌을 해야 하는 일선 PD들의 시청률 부담 또한 점점 가중되고 있다. 13일 <섹션…>이 <생방송…>과 맞붙은 첫날 오히려 시청률이 오르자 MBC 예능국원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 그러나 한 PD는 "이렇게 피말리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숨도 못 쉴 지경"이라고 말해 속내를 내비쳤다. 마치 '전진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병사들처럼 적극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SBS는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 새롭게 프로그램을 맡은 한 PD는 "몇달 전부터 집에 들어가는 날을 손가락에 꼽는다. 매일 기획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 다른 생활은 전혀 없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인기 연예인을 타사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은근한 '압박'까지 하고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돌고 있다. 실제 최근 음반 활동을 시작한 한 인기 가수의 경우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경쟁사 측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예능국을 담당하고 있는 양사 국장들은 지극히 '모범적'인 표현으로 이러한 현상을 진단했다. SBS 예능국 장동욱 국장은 "어차피 경쟁은 숙명일 수 밖에 없다"면서 "이번 개편으로 9시대에 예능프로그램을 배치해 다양성을 더한 측면을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MBC 예능국 장태연 국장도 "이번 개편 전에도 늘 경쟁은 해왔다"면서 "타 방송과 경쟁으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판단하기 전에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