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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보려면 알람 맞추고 자라?

11월 개편서 일요 아침 8시대로 옮겨. 폐지수순 풀이도

국내 하나뿐인 성장드라마 〈반올림#〉(사진·K2 토 오후 5시50분)이 잔뜩 풀이 죽었다. 11월 시행되는 한국방송 가을개편에서 일요일 아침 8시대로 방송시간을 바꾼다는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는 상당수 시청자가 모처럼 여유로이 단잠에 빠져 있을 때라 대표적인 방송 사각시간대로 꼽힌다.

〈반올림#〉은 중학교 2학년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성장통을 진솔하고도 상큼하게 그려내며 또래 시청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은 청소년 시청자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할 정도다. 지난 7월 민언련의 ‘시청자에게 추천하는 프로그램’으로 뽑혔고, 뒤이어 서울여자기독교청년회(YWCA)의 ‘청소년 모니터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방송의 공영성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이번 시간대 변경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제작진은 편성시간 변경이 낮은 시청률에 따른 광고판매 부진 탓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올림#〉의 방영시간대인 토요일 오후 다른 방송에선 주말 버라이어티쇼가 펼쳐진다. 틈새에 끼여 〈반올림#〉의 시청률은 7~9% 선을 기록하고 있다. 바로 이 시간대에 다른 방송사와 경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화요일 밤의 〈대한민국 1교시〉가 옮겨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 스스로도 시간대 이동을 원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 방송시간은 청소년들이 여전히 학원 등에 묶여있을 때라 시청률에서도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올림#〉 제작진은 또래 시청층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일요일 오전 9시~오후 2시 사이 시간대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편성 쪽에 제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런 기대를 보기좋게 벗어났다. 한 제작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며 “차라리 가만있는 게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폐지’ 수순밟기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도 내놓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아침 8시대에 드라마를 편성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반올림#〉은 내년 2월께 학년이 바뀌면서 새 단장을 준비하게 되지만, 시간대를 옮기면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연출자의 하나인 최세경 피디는 “사각시간대 드라마에 출연할 배우가 있겠느냐”며 “제작진으로선 이제 〈반올림#〉은 끝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때문에 2텔레비전에서 시간대를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1텔레비전으로 넘겨 청소년 시간대를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다른 대안 없이 이대로 간다는 건 계속 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 아니냐”고 되물었다.

민언련은 12일 “〈반올림#〉을 사각지대로 내몰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시간대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한국방송 쪽에 전달했다. 그러나 김영신 편성기획팀장은 “아침 8시대가 총 시청자수는 적지만 다른 채널에서 모두 토론프로를 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눈길은 더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정 시청층이 형성되면 조심스럽게 더 좋은 시간대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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