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0일부터 5인5색5장르의 ‘다음검색 필름페스티벌’ 열려
털이면 털, 실연이면 실연 모두 인터넷에 물어봐라. 다 알려주마.
인터넷 포털 다음이 마련한 다음검색 필름페스티벌은 허진호, 김성수, 이재용, 장준환 등 듣기만 해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공포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들 감독들을 어떻게 한자리에 모았느냐고 묻지는 말라. 공통점이라고는 이들의 영화가 10분 분량 내외의 단편영화라는 것,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는 것, 느슨하게나마 인터넷 검색과 관련된 주제라는 것이 전부다. 겨우 이틀에서 길어야 나흘 동안 강행군을 하며 찍은 이들 제각기 다른 장르영화는 일주일 간격으로 인터넷 다음 사이트(www.daum.net)에서 ‘공짜’로 관객과 만날 것이다.
10월5일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는 소문 무성하던 이 잔치를 미리 맛보는 자리였다. 후반작업이 늦어진 <레드 아이>만 빼고 네 작품이 공개되었다. 미래사회의 묵시록적 비전을 보여준 김성수 감독의 <빽: back>을 시작으로, 장준환 감독의 괴짜다운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털>, 처음으로 사랑의 기쁨을 말하는 허진호 감독의 <나의 새 남자친구>, 멜로 형식을 빌려 우울한 잿빛 미래를 예감한 이재용 감독의 <사랑의 기쁨>이 이어졌다. 남자들의 가슴털 강박증을 유쾌하게 비꼰 <털>은 그 가운데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빽>이 문래동의 폐공장에서 25시간을 연이어 촬영하고 <털>이 4일 연속 밤샘 촬영을 하는 등 각 영화의 일정은 빡빡했지만 시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감독들은 입을 모아 디지털영화 체험의 소중함을 말했다. 편당 제작비는 5천~7천만원 정도로 알려졌다.<상영 시간표>
10월10일~ 액션 l 김성수 <빽: back> 10월18일~ 판타지 l 장준환 <털: hair>10월25일~ 공포 l 김동빈 <레드 아이>11월 1일~ 로맨스 l 허진호 <나의 새 남자친구> 11월 8일~ 사이버멜로 l 이재용 <사랑의 기쁨>
액션 김성수 <빽: back>감독 김성수/ 출연 류승범/ 프로듀서 최정화/ 촬영감독 김홍민/ 조명감독 이성재 책을 읽는 사람(트뤼포의 <화씨 451>), 감정을 느끼는 사람(커트 위머의 <이퀼리브리엄>)이 미래사회의 적으로 지목되었다면 <빽: back>의 미래사회에선 앞으로 걷는 사람이 문제가 된다. 모두 다 뒤로 걷는 사회에서 홀로 앞으로 걷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공공의 적이 된 이 남자,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판타지 장준환 <털: hair>감독 장준환/ 출연 신하균/ 프로듀서 최정화/ 촬영감독 엄혜정/ 조명감독 윤경헌 내 민둥가슴에 털만 난다면! 운도의 꿈은 알렉 볼드윈 같은 미국 배우처럼 가슴이 털로 무성해지는 것이다. 가슴에 털만 있어도 나는 매력적인 남자가 될 텐데. 인터넷으로 국내외 거의 모든 발모제를 구입, 본격적으로 털 기르기에 나선 운도의 험난한 무모증 탈출기. 가슴에 난 무성한 털로 흠모하던 김양을 유혹할 수 있을까.
로맨스 허진호 <나의 새 남자친구>감독 허진호/ 출연 윤진서, 이진욱/ 프로듀서 김진아/ 촬영감독 이모개/ 조명감독 오승철 방바닥엔 몇십개의 술병이 굴러다니고, 여자는 눈물 아니면 한숨이다. 불어터진 자장면과 짬뽕을 번갈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가엾은 그녀. 이제 조금씩 그녀에게도 희망의 기미가 엿보인다. 인터넷엔 상심한 그녀를 위해 숱한 익명의 네티즌들이 남긴 처방전이 기다리고 있다.
공포 김동빈 <레드아이>감독 김동빈/ 출연 장신영/ 프로듀서 김용복/ 촬영감독 변희성/ 조명감독 이민부 15년 전 대형참사가 났던 기차가 만약 지금도 달리고 있다면? 무궁화호 487호의 마지막 운행 길에 오른 여승무원과 승객은 과거의 사건과 조우한다. 열차 안에선 의문의 살인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열차는 그야말로 아수라장. 15년 전 유령 열차가 전속력으로 관객에게 달려든다. 사고로 죽은 승객을 그대로 태우고서.
사이버멜로 이재용 <사랑의 기쁨>감독 이재용/ 출연 조현재, 이소연/ 프로듀서 오정완/ 촬영감독 홍경표/ 조명감독 윤경헌 슬픔과 눈물은 쏙 빼고 사랑의 기쁨만 얻고 싶다면 <사랑의 묘약> 프로그램을 권한다. 자신의 이상형을 맞춤 검색해서 행복한 순간만을 누리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만날 날짜와 장소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처음 시작하는 어색함, 헤어지는 순간의 마음 아픔은 안녕. 미래의 사랑법을 미리 만나본다.
이종도 nacho@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