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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는 한국-뉴질랜드 영화계 협력의 산파
2004-10-12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송강호·유지태 주연의 <남극일기>(제작 싸이더스)가 국제공동제작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한국과 뉴질랜드 영화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일약 세계 영화계에 우뚝 선 뉴질랜드는 천혜의 촬영조건에다 우수한 스태프와 첨단 시설을 갖춘 나라. 젊은 감독과 배우들이 장점인 한국도 다양하고 개성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며 아시아 영화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다.

7∼9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최된 부산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COM)에서 단연 눈길을 끈 나라는 뉴질랜드였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녹음과 현상을 도맡았던 필름 유니트와 특수효과 업체 옥토버 등은 8일 오후 설명회 순서에서 <반지의 제왕> 후반작업 기술을 선보인 뒤 <남극일기> 로케이션 과정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내년 설 개봉 예정인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는 남극 탐험대가 의문의 질병과 예기치 않는 사고를 겪으며 집단 광기 상태에 빠져든다는 줄거리의 서스펜스 스릴러. 지난 7∼8월 현지 스태프 30명이 참여한 가운데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일대에서 촬영을 마쳤고 현지 업체로부터 미니어처 제작과 CG 개발 등에 도움을 받고 있다.

아직 뚜껑을 열지는 않았지만 <남극일기>의 로케이션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도 현지 스태프와 접촉하며 차기작을 뉴질랜드에서 찍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도 <남극일기>의 현장 프로듀서 브리짓 버크를 부산에서 만나 공동제작에 관심을 표시했다.

한국과의 합작에 대한 열기와 관심은 뉴질랜드에서 더 뜨겁다. 뉴질랜드의 클라크 총리가 7월 3일 <남극일기>의 촬영장을 방문해 제작진을 격려하는가 하면 뉴질랜드 국영TV도 8월 9일 송강호와 유지태 등 출연진과 임필성 감독,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등을 인터뷰해 소개했다.

오는 22일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는 제1회 한국영화제가 열려 개막작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말죽거리 잔혹사>, <조폭 마누라>,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등 11편이 선보인다. 행사를 기획한 현지 교민 멜리사 리 '코리안 시네라마 트러스트' 디렉터는 "강제규 감독과 주연배우 원빈 등이 참석할 예정이며 앞으로 1년에 한차례씩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며 영화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영화 공동제작 협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상당부분 <남극일기> 덕이다. 지난 8월 26일 클라크 총리는 뉴질랜드를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남극일기> 현장을 찾은 일을 거론한 뒤 "양국간에 추진되고 있는 영화 공동제작 협정을 조속히 마무리짓자"고 제의했으며 반 장관은 "10월에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답변했다.

싸이더스의 배윤희 팀장은 "부산을 찾은 뉴질랜드팀이 각국 영화 관계자가 모인 자리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 <남극일기>의 프로모션 영상을 보여주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놀랐다"면서 "남은 후반작업에도 최선을 다해 <남극일기>가 한국과 뉴질랜드 협력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피터 잭슨 감독의 변호사이기도 한 마이클 스티븐스 필름 유니트 고문은 "한국과 뉴질랜드 영화계는 협력할 부분이 많다"면서 "협력이 더욱 잘 되기 위해서라도 <남극일기>의 흥행 성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