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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김정수 작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지 마시길

지난 10일 한국방송 주말극 <애정의 조건>(사진)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초반에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애정의 조건>은 지난달 시청률이 40%대까지 치솟았다. 혼전 동거·유산 등 경험을 지닌 은파(한가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자의 과거’라는 신파조의 다소 구시대적인 소재가 막바지 인기의 요인이 됐다. 시청률과 관련해 <애정의 조건>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다. 보통 시청률은 회가 가면 갈수록 올리기 어려운 탓에 초반에 잡아야 한다는 것이 방송가의 상식으로 통한다. 이는 이른바 ‘되는 드라마’는 떡잎부터 알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대개 드라마 1, 2회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과 돈과 정성을 투여해 ‘최상의 완성품’을 내어놓으려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들은 초반의 높은 완성도보다는 자극적인 화면과 설정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화방송 <한강수타령>이 그랬고, 한국방송 <두번째 프러포즈>나 에스비에스 <남자가 사랑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여자들이나 너무도 당당히 바람을 피우는 남자 아니면 ‘여배우 벗기기’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 했다.

이는 경기불황에 따른 낮은 광고 판매율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률 경쟁이 더욱 극심해진 탓이다. 지난 8월 지상파 방송사 평균 광고판매율은 사상 최저인 64%대를 기록했다.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가장 쉽게 그리고 높이 얻을 수 있는 드라마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변명의 근거다.

에스비에스는 이달 초 가을개편에서 금요드라마를 처음으로 편성했다. 오는 15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밤 9시55분부터 2시간 동안 <아내의 반란>이라는 ‘섹스 코미디’ 요소가 짙은 드라마를 내보낸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일부 관계자들은 에스비에스의 금요드라마 편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드라마 과잉 편성으로)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킨다”고 비판하지만, 이들도 드라마 경쟁에 나선 것은 다르지 않다.

이전 주말극 <사랑을 할거야>를 실패하고 <영웅시대>나 <아일랜드>에서도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는 문화방송은 지난 2일 시작한 주말극 <한강수타령>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두심·김혜수 등 출연진이나 김정수 작가·최종수 피디 등 제작진의 화려한 진용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견줘 기존 드라마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방송도 문화방송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애정의 조건>의 높은 시청률을 잇고 <한강수타령>에 대항하기 위해 경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부모님 전상서>이고,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피디가 이를 위해 나섰다.

극심한 시청률 경쟁은 곧 드라마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 흔한 일이고 지금껏 보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벌어질 김수현·김정수 두 작가의 주말극 경쟁은 또 다른 예외를 기대하게 한다. ‘가족 이야기’에 천착해온 작가들이 ‘가족 드라마’를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고, ‘신파’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을 만큼 주말드라마가 형편이 없던 중 마침 두 유명 작가가 나섰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부디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 ‘신데렐라 이야기’같은 ‘마약’이 아닌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서민들을 달래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