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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학살> A Social Genocide
2004-10-11

아르헨티나, 2004, 감독 페르난도 솔라나스, 오후 5시, 부산 3관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1968)로 세계 다큐멘터리사에 한 획을 그었던 페르난도 솔라나스. <사회적 학살>은 꽤 오랫동안 <남쪽>, <구름>과 같은 극영화에 치중했던 그가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담기 위해 오랫만에 다시 한 번 만들어낸 다큐멘터리다. <구름>에서처럼 아름다운 이미지의 매혹을 뿌릴줄도 아는 이 미적 감각의 실력자는 왜 다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우회적인 표현보다는 직접적인 기록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을까? 아마도 아르헨티나의 위급한 현실이 이 노장 다큐멘터리 감독의 허리를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페르난도 솔라나스는 경제공황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린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차근차근 되짚는다. 2001년 10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있었던, 그리고 연이어 이어졌던 아르헨티나 시민들의 시위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시작한 페르난도 솔라나스는 질문한다. "도대체 그동안 아르헨티나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회적 학살>은 바로 그 질문에 답을 마련해 보는 영화이다. 왜 이같은 현실이 벌어졌는지 답을 찾아 현재의 시간을 해결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은 질문에 철저히 구조적으로 대답해보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적 학살>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마이클 무어식의 다큐멘터리와는 거리가 있다. 스타일리쉬한 조작으로 대중을 선동하여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획득하는 그런 방법들과는 좀 거리를 둔다. 다소 유행에서 떨어져 보이겠지만, 오히려 그의 방식은 설득적인 증언과 제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떻게 대상을 찍고, 편집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같은 다큐멘터리이다.

<사회적 학살>은 다큐멘터리의 정전을 보여준 감독답게 각각 "끝없는 빚더미, 경제모델, 민영화"등 토픽에 따라 10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으며, 그 맥락을 따라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무너져온 이유들을 꼼꼼히 따져본다. 토픽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박진감있는 편집 뿐 아니라 사건과 풍경을 자연스럽게 연관시키는 이미지에 대한 사유도 더 기대할 것 없이 훌륭하다. 또한 무엇을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다. 그 중심에는 아르헨티나의 현재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장기집권의 독재자 카를로스 메넴이 있으며, 그를 둘러싼 부정 부패의 무리들이 있다. 페르난도 솔라나스는 휘황찬란하게 치장된 공관들의 내부와 암울한 지난 역사 자료들을 병치시키며 웅장한 대조로서의 설득력을 발휘한다. <사회적 학살>은 일종의 아르헨티나에 관한 사회학적 최종 보고서인 동시에 근래에 보기 드문 전통적 다큐멘터리 ’대화술’의 교본이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