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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타인들> Intimate Strangers
2004-10-10

<프랑스, 2004,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 오후 5시, 부산2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걸 온 더 브릿지>로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로맨스를 들려준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신작이다. 윌리엄은 한번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해본적이 없는 고지식한 세무사다. 어느날 안나라는 여자가 그를 찾아와 내밀한 속사정을 털어놓고 가버린다. 그녀는 문을 잘못 찾아서 같은 층에 있는 정신병원 대신 윌리엄의 사무실에 들어온 것이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윌리엄은 진실을 말하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정도를 더해가는 안나의 고백에, 말문이 막히곤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안나를 만나던 윌리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상담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르콩트는 은밀한 감정이 숨어있는 이 영화를 “센티멘털한 스릴러”라고 불렀다. 단 몇걸음 차이를 착각해서 서로의 삶을 흔들게 된 남자와 여자. 그들은 말을 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면서 타인으로 남고자 노력하지만, 한번 맺은 관계를, 섞이기 시작한 운명을, 모른척 할 수는 없다. 르콩트는 대부분 실내에만 머무르는 이 영화에 다정하게 쓸어내리는 듯한 카메라를 가져와 관능미를 부여했다. 문틈에서 바라보다가, 긴의자 위에 내려앉고, 책상 너머를 응시하는 <친밀한 타인들>은 단정하게 정장을 입고 유혹해오는 것처럼 미묘한 떨림을 전한다. 육십을 바라보는 노장의 여유와 유머 또한 빛난다. 어쩔 줄 몰라하는 윌리엄의 난감한 사정이나 정색하고선 인색하게 구는 진짜 정신과 의사, 단호하게 할 일만 하고 할 말도 다 하는 여비서는 이 우아한 영화를 마음을 끄는 웃음으로 감싸안는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