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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뤼미에르> Cafe Lumiere
2004-10-10

일본·대만, 감독 허우 샤오시엔, 오후 4시, 메가 9관

<카페 뤼미에르>는 허우 샤오시엔이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쇼치쿠에서 만든 헌정영화이다. 무엇보다 허우 샤오시엔은 오즈의 영화에 등장하는 ’생활’을 심사숙고했음이 틀림없다.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시작하면, 오즈의 영화가 늘상 그러했듯이 ’전철은 지나간다’. 그리고는 전화를 걸며 여주인공 요코는 ’빨래를 넌다’. 여전히 이 집에는 ’이웃이 찾아오고’, ’날씨는 더운 편이고’, 집에 들어온 아버지는 ’옷을 갈아 입고’, 식구들은 ’탁자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고’, ’내일은 장례식에 가야 한다’. ’가족 중 한명은 이미 이 세상에 없고’(여주인공 요코의 어머니는 새어머니다), 부모와 사는 집에서는 ’윗층이 딸의 방’이고, ’바’만큼 ’까페’는 중요한 장소이다. 허우 샤오시엔은 오즈의 인물들이 살았던 그 장소와 행동들을 대부분 가져와 지킨다. 오즈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찾기가 쉽지는 않다. 허우 샤오시엔은 그 생활을 곳곳에 전제처럼 어울리도록 한 것 이상으로 무리하게 오즈의 형식을 차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앉아서 대화하는 사람들을 오즈처럼 찍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영화 속의 아버지가 딸에게 시집을 가라고 강요하는 말도 넣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같은 상황이 일어나도 당연히 그 전개와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것이 이 ’창조적 헌정영화’의 생각이다. 헌정에 준하는 규칙들을 지키면서 영화는 새로운 관점으로 서서히 다시 짜여진다. 그 중심에 있는 에피소드가 여주인공 요코의 임신이다. 요코는 중고서점 주인 하지메(아사노 타다노부)에게 어젯 밤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한다. 그 꿈은 아이를 훔쳐가고, 대신 얼음 아이를 갖다 놓는다는 고블린의 전설과 유사하다. 그에 관련된 이유는 곧 밝혀진다. 요코는 대만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린다. 요코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것을 선언한다. 집안의 분위기는 어두워지지만, 아버지와 새어머니 중 누구도 그녀에게 강요를 하지는 않는다. 한 편으로 프리랜서 요코는 3,40년대 일본에서 활동했던 작곡가 장웬예의 행적을 뒤쫓고, 그녀와 미묘한 교감을 나누는 하지메는 전철의 소리들을 담으러 다닌다. 영화는 플랫폼에 서 있는 두 사람, 그리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전철을 조감하며 끝난다.

허우 샤오시엔은 오즈가 살았던 시대의 문제와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문화와 영화에 대한 겸손한 고찰을 보여주고 있다(이 영화의 프리미어는 작년 12월 동경에서였고, 그때보다 지금은 아이의 문제, 요코와 하지메의 에피소드가 다소 늘어는 것으로 보인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