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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사람들> Exiles
2004-10-08

감독 토니 갓리프/ 프랑스/ 2004년/ 105분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 커플 자노와 나이마는 불현듯 알제리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막상 짐을 챙겨 길을 떠났으나 계획도, 충분한 여행자금도 없는 두 사람. 알제리로의 여행은 그렇게 젊은 자신감만으로 시작된다. 승무원 몰래 열차를 훔쳐타거나 히치하이킹을 해야만 하는 고된 여행길에서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파리에 가서 돈을 벌겠다는 계획을 가진 불법 알제리 이민자들은 그들에게 "왜 너희들은 알제리 사람인데 알제리말을 모르느냐"고 묻는다. 프랑스에서 자라나 프랑스인으로 살아온 자노와 나이마에게 그것은 이 여행이 결국엔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로드 무비의 외피속에 흔치않은 음악영화의 리듬을 촘촘히 드리우고 있는것도 흥미롭다. 두사람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도달한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플라멩고 음악에 매혹당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테크노 음악의 그루브에 맞춰 허허벌판에서 자유로운 춤사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자유로운 음악의 향연을 담은 젊음의 여행은 마침내 알제리에 도달하고, 자노와 나이마는 부모세대의 고향인 알제리.

그 잊혀진 영토의 아스라한 영혼이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집시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영화만들기로 주목받아오던 토니 갓리프 감독의 14번째 영화 <추방된 사람들>은 ’뿌리찾기’에 대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주인공들처럼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자라난 알제리계 2세 토니 갓리프가 영화속에서 그려내는 알제리는, 외부자의 눈으로 바라본 낮설고 엑조틱한 이국의 이미지에 가깝다.

<추방된 사람들>을 좀 더 바르게 설명하자면, 이것이 기실 로드 무비의 외피를 쓰고있는 매우 개인적인 예술(음악)영화라는 사실일 것이다. 알제리 토속음악의 주술적인 리듬을 타고 진행되는 라스트신에서 주인공들은 트랜스(trance:몽환)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은 테크노 음악씬을 다루는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약물과 음악의 환각상태와 많이 닮아있다. 관객의 시청각을 자극하는 이 마지막 굿판은 보는이의 의식마저 영화속에 동참시키는 일종의 제의로서 흔치않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토니 갓리프는 <추방된 사람들>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김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