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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땅> Land of Plenty
2004-10-08

독일/2004년/114분/감독 빔 벤더스/부산 1관 오전 11시

<풍요의 땅>은 이방인의 눈에 포착된 미국의 초상화이다. 비록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젊은 시절 미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영화 <해밋>을 연출하기 위해 헐리우드까지 날아간 경험이 있던 빔 벤더스. 지금 그가 바라보는 미국이란 거대한 편집증에 시달리는 환자이다. 이 영화는 대조적인 두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며 어디에서 치유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주인공 폴과 라나가 그들이다.

L.A에 살고 있는 폴은 그린베레 출신이며, 걸프전 참전 군인의 경력을 가진 자칭 애국자이다. 그러나 언제 테러가 일어날 지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고 믿는 과대망상증 환자이다. 개조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수상해보이는 아랍인들을 감시하고 뒤쫓는 것이 거의 모든 그의 일과이다. 어느 날 그에게 이스라엘에서 살던 조카 라나가 찾아온다. L.A의 홈리스를 돕고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라나, 오용된 애국의 불사신 폴은 우연히 아랍인 핫산의 살해장면을 같이 목격한다. 폴은 라나와 함께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중, 핫산의 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꾸는 과대망상의 실체가 무엇인지 드디어 깨닫는다. 빔 벤더스는 도시 전체를 마치 <파리, 텍사스>의 사막에 버금갈 정도의 황폐함으로 표현해내고, <폭력의 종말>과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풍요의 땅>이란 제목은 소망의 언어이자 우울한 반어법이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