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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 VLos Muertos
2004-10-08

크리틱스 초이스/아르헨티나,프랑스/2004년/76분/감독 리산드로 알론소/메가박스 9관 1시

형제를 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남자 바르가스는 반백이 다 되어서야 출소한다. 그는 그길로 자신의 딸 올가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바르가스는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밀림으로, 그 밀림에서 다시 외딴 섬으로 딸이 옮겨간 자리를 찾아 다닌다. 그러나 끝내 아버지는 그 여행길에서 딸을 만나지 못한다. 늙은 출소자 바르가스의 한없이 더딘 여행이 이 영화의 전부다. 그런데 묘하게도 영화는 어떤 숭고한 느낌마저 자아낼 만한 침묵의 의식을 치루고 있다.

<죽은사람들>은 2001년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첫 번째 장편영화 <자유>가 초청되면서 아르헨티나의 신예로 주목을 모았던 리산드로 알론소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밀림을 헤매는 몽롱하면서도 기이한 오프닝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유유히 흐르던 카메라의 무빙을 따라가다 마주치는 아이들의 시체들, 칼을 쥔 누군가의 손. 리산드로 알론소는 처음에 이 장면이 왜 여기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 의미 역시 모호하다. <죽은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영화의 리듬을 끌고 가면서 그 첫 장면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곱씹게 한다. 제식과도 같은 바르가스의 행동들은 마치 죽음을 위한 예행연습인것처럼 그려진다. 그침묵의 고행길에서 마지막으로 마주치는 자의식의 카메라는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을 삶의 끝을 예시하듯 오랫동안 멈춰 서 있다. 내러티브에 얽매이지 않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