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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공들여 앙겔로풀로스 전작 상영한다\", 월드 시네마 프로그래머 전양준
2004-10-06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올해 몇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프로젝트의 결실을 맺었다. 4, 5년 동안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회고전을 추진해왔다는 그는 2003년 3년만에 테살로니키 영화제에 갔다가 조직위원장이 되어 있는 앙겔로풀로스를 만났고, 그때부터 가속도를 얻어, 올해 베를린과 칸영화제에서 그의 전작을 상영하는 회고전 기획을 마무리지었다. 그는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는 한국 극장에서 상영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작품을 모두 가져오고 싶었고, 그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앙겔로풀로스는 허우샤오시엔과의 오픈 토크나 관객을 만나는 마스터클래스 모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었다”고 말하면서, 그의 영화 중 <유랑극단>을 추천했다.만나기 힘든 거장을 초청했지만, 그가 프로그래밍한 월드 시네마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젊은 감독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다.

전 프로그래머는 빡빡한 일정으로 여러 대륙에 퍼져있는 영화제들을 돌아다니면서 삼십대 초·중반의 젊고 유능한 감독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미국 인디 영화가 침체에 빠져있는 것과 달리 라틴 아메리카와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중부 유럽에선 젊은 감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머지않아 칸과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그들의 몫이 커질 것이다”. 전 프로그래머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로 이루어진 발트 3국 영화도 개척하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발트 3국 영화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프로듀서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작년 12월 에스토니아에서 열리는 블랙나이트 영화제에 다녀오기도 했다.

월드 시네마는 50개에 가까운 나라에서 영화를 가져왔지만, 낯선 나라와 감독의 영화를 외면하는 풍조는 여전하다. 전 프로그래머는 세련되고 재미있는 영국 주류영화였던 <우리는 파키스탄인!>이 파키스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과 그 제목으로 인해 오해받은 국적 때문에 10% 남짓한 예매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올해도 우루과이 영화 <위스키>와 아르헨티나 영화 <잃어버린 포옹>이 재미와 영화제 수상경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가 1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부산의 영화들이 아시아를 포함 70개국을 넘어서는 국적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화산업이 낙후된 작은 나라에서 좋은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올해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헝가리 영화주간에 갔다가 헝가리가 활발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은 경험도 있다.” 그동안 미국 인디영화와는 소원했다고 말하는 전 프로그래머는 내년부터는 부산에선 미개척지였던 미국 인디영화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아홉번째 영화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열번째 축제를 꿈꾸고 있다.

글 김현정, 사진 손홍주

<전양준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10편>

<새벽> 비욘 룬게 감독

성공과 부와 사랑의 근원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 수상작

<잃어버린 포옹> 다니엘 부르만 감독

올 라틴 아메리카 영화의 붐을 이끌고 있는 다니엘 부르만의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영화 속에 나오는 젊은 한국인 부부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기품있는 마리아> 조슈아 마스턴 감독

잘 씌여진 각본과 마리아 역을 맡은 배우 카탈리나 산디노 모레노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

<물라데> 우스만 셈벤 감독

세네갈의 거장 우스만 셈벤의 아프리카적인 소재와 아프리카적 색채를 유려하게 표출한 수작.

<나이스랜드>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 감독

<스위트 식스틴>의 마틴 콤프스턴과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이 함께 만든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

<위스키> 후안 파블로 레벨라 감독

우루과이의 젊은 영화작가들이 만든 올 최고의 영화들 중의 한 편.

<에쥬케이터> 한스 바인가트너 감독

386세대 관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

<미스터 론리> 디토 친차체 감독

작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함께 산세바스찬 영화제를 빛낸 영화.

<유랑극단> 테오 앙겔로풀로스

테오 앙겔로풀로스 시대의 도래를 알린 초기의 걸작.

<어제와의 고별> 알렉산더 클루게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였던 알렉산더 클루게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