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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아카데미 출품작 최종 선정
2004-10-04

<태극기 휘날리며>가 제77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을 놓고 경합할 한국측 주자로 최종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4일 오후 2시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카데미영화제에 출품할 한국 후보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태극기 휘날리며>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티켓 다섯 장을 놓고, 한국 대표로서 전세계 영화들과 경합하게 됐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경합했던 <빈 집>은 올해 자격 미달로 추천작에서 제외되는 대신, 내후년 제78회 아카데미 영화제의 후보 추천작이 될 자격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영진위의 이충직 위원장은 "이번 논란에 대한 아카데미측의 상당한 원인제공과 상관없이 저희 위원회의 일처리 미숙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교훈삼아 우리 자신을 채찍질하며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를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이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선정 논란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A4용지 넉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빈 집>의 출품 자격을 놓고 미국 아카데미 위원회에 문의한 결과가 지난 2일 도착했으며, 아카데미측의 공식 답신은 "한국측의 <태극기 휘날리며> 선정을 수용하며, <빈 집>이 차기년도 출품 자격요건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빈 집>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고, 결과에 대해 수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격 요건 시비가 불거지기 전에 위원회에서 먼저 출품 자격을 엄격히 따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우리쪽 잘못은 100% 시인하고 사과드린다"면서 "이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과 강제규 감독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어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영진위는 지난 2일 오전 <올드보이>의 뒤늦은 신청 접수에 대해서는 "우리가 접수를 받은 것은 아니고 그쪽에서 신청 서류를 일방적으로 놓고 갔다. 이미 접수 기간을 넘겼기 때문에 이번 출품작 선정 논쟁에서는 배제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빈 집>의 해외업무 대행업체인 씨네클릭아시아가 <올드보이> 역시 같이 맡고 있어, 출품 접수를 받는 사실을 몰랐을리는 없고 아마도 내부에서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영진위가 과연 영화사들에게 공지의 의무를 다했는가 하는 점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영진위는 위원회의 인터넷 사이트를 비롯해 고지를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으나, <올드보이>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 역시 아카데미 출품작 신청 기간을 몰라 신청을 못했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통상적으로 아카데미 출품작 신청은 해외업무대행사에게 고지를 한다. 한국 영화의 해외업무를 맡고 있는 곳은 몇군데 없지만, 제작사는 1천군데나 돼 일일이 고지를 할 수가 없었다. <올드보이> 역시 그쪽 제작사와 해외업무대행사 간의 문제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진위는 "앞으로는 올해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출품 의사를 타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에 출품하는 영화는 세계 각국이 한 편씩 추천하며, 국내에서는 영진위가 그 심사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한국영화는 단 한편도 없었다. 국내에서 이렇듯 시끄러운 과정을 거쳐 한국 대표 주자로 뽑힌 <태극기 휘날리며>가 제77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 다섯 손가락에 뽑히느냐는 내년 1월말께 결정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추천 논란의 경과

제77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에 출품할 한국영화의 선정을 놓고 추석 연휴 전후로 한국영화계가 대단히 시끄러웠다. 최종 승자는 <태극기 휘날리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시끄러웠는지 그간의 경과를 되짚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7월 1일=영진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로부터 제77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출품작 선정 요청 전문을 받고 일련의 작품선정 절차에 들어감.

9월 15일=영진위, 출품신청 마감. <태극기 휘날리며>와 <빈 집>만이 출품 신청. 접수 당시 영진위는 <빈 집>에 대해 "'1주일간 하루 1회씩 한 개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특별상영 형태'가 추후 자격 요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고지. 아카데미 출품규정에 따르면 출품작은 '자국 내에서의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개봉'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영진위는 이것이 우리 영화계의 보편적인 관점으로 볼 때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함. 국내 법규로는 '국내에서 1주일 이상 정상적으로 개봉한 영화'라야 아카데미영화제 출품 자격이 있다. <빈 집>은 심사일까지 국내에서 정식 개봉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이것이 문제가 됐다.

9월 22일=영진위, 두 작품을 놓고 심사. 영진위는 "<빈 집>의 개봉 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위해 아카데미측에 유권해석을 의뢰해놓은 상태였으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점과 10월 1일까지 선정결과를 통보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을 고려해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힘. 이날 심사 결과 5명의 심사위원이 전원 <빈 집>을 선택.

그러나 이튿날인 23일 새벽 아카데미로부터 한국의 관례를 따르는 것이 옳다는 통보를 받음. 동시에 이 과정에서 영진위 직원으로부터 심사결과를 비공식적으로 전해들은 <태극기 휘날리며>측에서 <빈 집>이 출품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항의함. 이에 따라 영진위는 영화계 전문가들과 심사위원들 대부분으로부터 <빈 집>의 특별상영이 정상적인 개봉으로 보기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을 들음.

9월 24일=영진위, <빈 집>의 올해 출품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 발표. 그러나 <빈 집>측에서 미국내 배급사와 독자적으로 협의한 결과를 근거로 출품자격이 있음을 주장. 추석 연휴 하루 전에 논란 시작.

9월 26일=영진위, 아카데미측에 이에 대해 재차 질의.

9월 29일=아카데미, 이메일 답변을 통해 "아카데미의 일반규정에 비춰보면 <빈 집>이 정상 개봉을 했다고 보여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의 '정상적이고 통상적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판단 내릴 사안"이라고 밝힘. 이런 상황에서 <빈 집>측이 "아카데미측에 공식 문의해서 <빈 집>이 2006년도(제78회) 아카데미 출품 자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면 위원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제안함.

9월 30일=영진위는 "영진위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더불어 <빈 집>의 제78회 아카데미영화제 출품 자격이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공식 서신을 아카데미에 보냄.

10월 1일=<올드보이>측이 "출품신청 접수 사실을 몰랐다"며 뒤늦게 영진위에 출품 신청을 받아달라고 간청.

10월 2일=아카데미 집행위원장 브루스 데이비스, "한국측의 <태극기 휘날리며> 선정을 수용하고, <빈 집>이 차기년도 출품 자격 요건을 갖게 된다"는 공식 답변 보내옴. <올드보이> 영진위에 출품 신청서 제출.

10월 4일=영진위, 아카데미 출품 후보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최종 선정, 발표.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