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학창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연상케하는 월터 머치와 매튜 로빈스의 초고를 토대로 USC 대학생 루카스는 15분짜리 단편 를 만든다. 이 작품으로 대학생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그는 UCLA 출신의 또 한명의 천재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함께 동기생들을 모아 독립영화사 아메리칸 조에트로프를 설립, 장편 데뷔작 <THX 1138>을 연출한다. 하지만 최종본을 받아본 워너의 경영진은 알 수 없는 내용에 경악하고 2년 뒤 늦장 개봉한 영화는 흥행에도 실패한다. 그러나 루카스는 곧이어 <청춘낙서>로 재기에 성공하고 지금까지 <스타워즈>의 전설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THX 1138> 감독판은 2분이 늘어난 것 외에도 여러모로 기존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77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미래의 모습을 훌륭하게 재현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느꼈음인지 루카스는 여러 장면에 손을 대 지하세계를 좀더 그럴싸하게 변모시켰다. 영화 마지막의 레벨 1에서 마주치는 돌연변이 생명체는 사람들이 연기하였지만 감독판에선 CG로 처리되었다. 또한 정신차단 상태에서 THX는 무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지만 감독판에선 흰자위가 동공을 덮어버린다. 재미있는 것은 감독판을 통해 루카스는 <THX 1138>을 <스타워즈>의 세계관과 일치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즉, 스톰트루퍼를 연상케 하는 로봇경찰의 안면이나 흑과 백의 복장 그리고 라이트세이버와 유사한 사운드를 내는 경찰봉에 덧붙여서 조립과정 중의 밋밋한 로봇들을 감독판에선 모두 C-3PO와 같은 형태로 바꿔버렸다(루카스는 이 영화를 <스타워즈> 에피소드 0로 간주한 것일까?).
감독은 코멘터리에서 영화가 누벨바그의 영향을 받았으며 언젠가는 이러한 독립제작방식의 영화를 재연출할 생각임을 피력한다. DVD는 같은 날 출시되는 <스타워즈> 프리퀼 삼부작과 동일방식으로 제작되었기에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화질을 담고 있다. 다소 프론트 부위로 몰렸지만 사운드는 5.1채널로 리마스터링되었고 음향효과 채널도 별도로 수록하였다. 음향을 담당한 월터 머치는 페르골레지의 ‘스타마르 마테르’를 반대로 재생하여 1/4배속으로 늘려 연주한 것이 오프닝곡이었다는 비밀을 밝히기도 한다. 그외에도 아메리칸 조에트로프의 설립과정을 담은 다큐와 메이킹필름, 그리고 오리지널 단편이 담긴 2시간 분량의 부록은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THX 1138> DVD는 THX인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