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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도 막지못한 3만명의 추억, 엘튼 존 공연 리뷰
2004-09-22

세계적인 팝 스타 엘튼 존(57)이 지난 1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친 내한공연은 3만여명의 관객들에게 좋은 추억과 감흥을 선사해줬다. 이날 오후 8시15분께 빨간색 셔츠와 검은색 양복, 빨간색 선글라스 차림의 엘튼 존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들조차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그가 애용하는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첫 곡 ‘더 비치 이스 백’을 불렀고, 공연장 안은 천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로켓 맨’을 부를 때 피아노 건반 위의 현란한 손놀림이 만들어내는 격렬하고 화려한 연주가 이어지자 관중들은 박수를 따라치며 탄성을 질렀다.

공연 도중 갑자기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잠시 웅성거리며 동요하기도 했지만, 엘튼 존이 즉흥적으로 ‘싱잉 인 더 레인’을 연주하는 재치를 발휘하자 이내 웃음을 머금으며 공연에 다시 빠져들었다. ‘소리 심스 투 비 더 하디스트 워드’의 피아노 전주가 들리자 관객들은 함성을 터뜨렸다. 전성기에 비해 목소리가 탁해지고 고음 부분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눈앞에서 직접 부르는 광경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오락가락하는 빗속에서 ‘새터데이 나이츠 올라이트 포 파이팅’, ‘크로커다일 록’ 등 빠르고 경쾌한 곡을 잇따라 부르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팬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도 보였다. ‘유어 송’, 앵콜곡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이트?’ 등으로 공연을 마무리한 뒤에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마 최대 히트곡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를 듣지 못한 게 주최쪽이 비옷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보다 더한 아쉬움으로 남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