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흑백 102분
감독 이성구
출연 신성일, 고은아, 김순철, 전계현
EBS 9월19일(일) 밤 11시10분
“남이야 우리를 건달로 보지만, 욕심은 있단다. 깔보지 마라…”로 시작하는 자니 브러더스의 군가풍 주제가 위로 명동거리를 활보하는 다섯명의 건장한 청년들의 모습이 트래킹된다. 어찌보면 웨스턴 무비의 한 장면 같기도 한 타이틀 백으로 시작하는 영화 <오인의 건달>은 1960년대 흔히 볼 수 있었던 통속 액션멜로물의 하나이다. 뒷골목 건달로 살아가는 다섯명의 청년과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세 여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중심인 이 영화는 <장군의 수염>으로 잘 알려진 이성구 감독이 연출했다. 1960년대 당시 영화계에선 드물게 영어와 영화이론에 능통한 감독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성구 감독은 한국영화 최초의 해외영화제 수상작인 <시집가는 날>을 연출한 이병일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다섯명의 건달이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그중 한명의 약혼자인 옥란(고은아)이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하자, 그 합의금으로 받은 돈으로 불고깃집을 개업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합의금 때문에 친구들간에도 서로 의심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옥란의 약혼자는 살인죄로 경찰에 연행된다. 영화는 이런 밑바닥 젊은이들이 돈과 욕망 때문에 갈등을 빚으며 충돌하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지만, 감독은 그런 와중에도 사나이들의 의리와 우정, 또 남녀간의 사랑 등을 느끼게 해준다. 경제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는 뒷골목의 소외된 청춘에게 사회라는 곳은 힘들고 도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무기력함의 공간이었고, 그럼에도 그들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선 나름의 애틋한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성구 감독은 1978년까지 영화계에 머물다가 이후 브라질로 이민을 갔다고 전해지는데, 영화 속에서 옥란의 약혼자 호일이 이민가려고 했던 나라도 브라질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