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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보는 싸늘한 시선 따뜻해질까

국외호평 불구 국내반응은 여전히 엇갈려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열리는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두 영화제가 한 해에 한 감독에게 상을 주는 일은 매우 드물다.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블루>로 93년 가을 베니스영화제 대상을 받고 94년 봄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이트>로 감독상을 탄 걸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김기덕 감독은 올 봄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더니 11일 <빈 집>으로 베니스영화제의 감독상도 거머쥐었다. 이건 세계영화계가 주목할 만한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국내 영화계의 반응은 ‘의외의 사건’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감독이 칸과 베니스에서 상을 받았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김감독은 96년 <악어>로 데뷔할 때부터 소수의 지지자와 다수의 비판자로 갈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층이 조금씩 확대됐지만 아직도 ‘협소한 지지와 광범위한 비판’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선 비판의 핵심을 들어보자.

“아직 <빈 집>은 못 봤지만 김기덕 영화의 여성 착취적인 표현에 대해, 양성평등이 우리보다 더 일상화돼 있는 유럽에서 무리없이 수용되는 게 뜻밖이다. 여성문제를 빼고서도 김기덕 영화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조야하고 도식적인 데가 있는데, 예술이 다층적 다면적이고 낯선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 서구의 입장에서 또 하나의 원시적, 원초적인 것을 동양에서 발견한 게 김기덕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영화평론가 주유신)

반면 지지쪽 대열에 서 있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김기덕은 김기덕을 반대해온 한국 평론의 담론 자체를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더 이상 못본 척 하자, 외면하고 보자 하는 태도는 곤란하지 않을까. 해외영화제가 꼭 인장은 아니지만 3대 영화제 두곳에서 상을 받은 감독에게 대우를 해줘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정성일은 “김기덕 영화는 기독교적 테마, 죄의식이라는 테마를 끌어안고 남성성을 부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유럽은 왜 김기덕에 ‘환호’하는가. 김소희 엘제이필름 프로듀서는 “지식과 미학과 영화적 기교에 의해 걸러진 다른 한국 감독들의 영화와 달리 김기덕의 영화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사회를 정확하게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면서 김기덕이 유럽에서 각광받게 된 이유로 ▶영화공부를 하지 않은 김기덕의 특이한 경력에 대한 호기심 ▶빨리찍기와 그에 비례하는 형식·내용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관심 ▶유럽쪽에서 투자를 받는 등 영화산업, 시장쪽에서도 성공적인 전략을 쌓았다는 점 등을 꼽는다.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한국은 90년대 중반부터 관객이 새로 분화되고 형성돼 나가는 시기를 거쳤지만, 유럽은 이미 관객층이 분화돼 있고 예술영화를 받아들이는 고정층이 존재하고 있어 한국보다 논란이 덜한 게 아닐까”라면서 “유럽 평단이 상대적으로 잠재적 예술성을 발견하는 눈이 (우리보다) 발전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기덕은 <사마리아>부터 김기덕 필름을 차리고 직접 제작에 나섰고 국내 배급도 극장수익을 배급사와 나누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아예 배급자에게 판권을 파는 방식을 취했다. <빈 집>은 국내 판권을 청어람에 팔아 10월 중 개봉될 예정이다. 과연 이번엔 반응이 어떨까?

참고로 <빈 집>을 이미 본 허문영은 이 영화를 ‘김기덕 최고작 중의 한편’으로 꼽았다.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같은 김기덕의 최근작은 분단, 종교적 구원 등 무거운 주제를 직접 다룬 데 반해 <빈 집>은 다시 만든 <악어> 같은 느낌을 준다. 데뷔작의 싱싱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야기보다 캐릭터의 호소력이 훨씬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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