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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2004] 김기덕 “내 인생에 감사한다”
2004-09-12

시상대에 오르기 전 임권택 감독에 인사

"이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과 사랑하는 가족과 제가 살아온 인생에 감사드립니다." 김기덕 감독에게 올해 두번째 3대 영화제 감독상의 영광을 안겨준 제61회 베니스영화제의 폐막식이 11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각)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그란 테아트로 라 페니체'에서 열렸다. 김감독은 트레이드 마크인 야구모자를 쓰고 검정색 반정장 차림으로 시상식장으로 향하는 레드 카펫을 밟았으며 <하류인생>으로 함께 경쟁했던 임권택 감독도 조승우·김민선 등 배우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김기덕, <빈 집>"이라는 사회자의 호명을 듣고 김기덕 감독이 향한 곳은 시상대가 아닌 반대편 객석. 김기덕은 객석에 앉아 있던 임권택 감독에게 악수를 청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이어 시상대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제가 지금 가서 인사를 드린 분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가장 오랫동안 영화를 만드신 분입니다"라고 소개를 했고 모든 관객은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 임감독에게 긴 박수를 보냈다. 수상 후 마이크를 잡은 김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과 사랑하는 가족과 제가 살아온 인생에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감독은 <빈 집>의 주인공처럼 눈과 눈썹을 그린 손바닥을 관객에게 내보였다. 영화 속 주인공 태석은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 '유령연습'을 한다. 손바닥에 눈을 그리고 앞과 좌우로 팔을 펴는 모습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유령 연습의 한 장면이다. 이어 김 감독은 "이 손바닥의 의미는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팔을 폈고 관객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시상식 직후 김기덕 감독 인터뷰

“서운하지 않냐고요?”

"개인적으로 이 상을 굉장히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제61회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인 <빈 집>의 김기덕 감독이 시상식 이후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기덕 감독은 상의를 벗고 검정색 티셔츠 차림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과 함께 회견장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모두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첫번째 질문은 다작에 관한 것. 오스트리아의 한 기자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오스트리아에서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벌써 다른 영화로 베니스영화제에 왔다"고 놀라움을 표시하자 김감독은 "영화를 많이 쉬면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남들은 항상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직업이 감독이니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기자는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올드보이>를 언급하며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영화의 발전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김감독은 "한국 영화가 요즘 많이 해외에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한국영화를 국제영화제나 해외시장에 소개해주고 있으며 나도 그 결과로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답했다.

기자회견 중에 한 일본인 기자는 "3등에 해당하는 감독상을 받아 놀랐다"며 "혹시 서운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빈 집>에 대한 호평이 많아 시상식을 앞두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온 것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김감독은 밝게 웃으며 "개인적으로는 이 상에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옆에 앉은 아메나바르 감독의 은사자상을 자신이 받은 은사자상 앞에 세워놓는 등 장난을 쳐 회견장의 기자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베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