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는 IMF 구제금융 시절 이후 최대 불황인지 몰라도, 또 음반시장 역시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인지 몰라도, 인디 음악은 예외인 것 같다. 물론 ‘시장’ 면에서는 인디 음악도 실상 다를 바 없는 바닥권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종다양한 인디 음반이 발매되고 있고, 그중 호평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주식시장으로 비유한다면 올 들어 인디 음악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조정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아졌다고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최근 인디신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면, 그 요인 중 하나로 베테랑과 신인의 고른 활약을 들 수 있다. 3인조 모던 록 밴드 마이 앤트 메리는 전자, 그러니까 베테랑에 속한다. 1995년 고교 동창들이 의기투합해 홍익대 앞 라이브클럽의 ‘불타는 연대기’의 서장을 장식했으니 이들도 ‘그 바닥’ 생활이 벌써 10년에 가깝다. 초창기 히트곡인 <Sunday 그리고 Seoul> <강릉에서>는 ‘기분 좋은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을 들려주는 밴드’라는 이미지를 주며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경력을 시작해 오늘에 이른 델리 스파이스나 언니네 이발관과 비교한다면, 그간 마이 앤트 메리에 대한 대중적 호응은 미미했다고 얘기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Just Pop>은 마이 앤트 메리의 정규 3집이다. 이들이 초기부터 내걸었던 모토 ‘Just Pop’을 전면에 내세운 음반 타이틀과 어느 파티장의 풍경을 갈무리한 커버 사진은 이 음반의 성격을 함축한다. 거두절미해서 ‘귀 넘김’이 상쾌한 음악 말이다. 올 봄 미니 음반에 실린 <공항 가는 길>이나 토마스쿡(보컬 정순용의 솔로 프로젝트)의 데뷔작에 담겼던 <파도타기>의 재녹음 버전은 대표적이다. 캐치한 보컬 멜로디, 경쾌하게 찰랑이는 기타, 맥박을 적당히 빠르게 만드는 리듬, 섬세하고 세련된 편곡과 프로듀싱이 어우러지는데, 굳이 음악 스타일로 구분하면 기타 팝/록에 해당한다.
여기에, 발 구르게 하는 피아노와 몸 흔들게 하는 브라스가 주도적으로 가세하거나(<골든 글러브> <럭키 데이>), 아예 업템포에 트롬본과 피아노가 짧고 굵게 내달리기도 한다(<데드 볼>). 반대로 잔잔하고 차분하게 감성을 어루만지는 순간들도 있는데(<소꿉친구>), 토마스쿡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라면 그 순간들이 반가울 것이다.
이 음반은 그동안 마이 앤트 메리가(토마스쿡을 포함하여) 들려준 음악의 ‘완숙’ 버전에 가깝다. <공항 가는 길>은 팝적 센스, 경쾌한 리듬, 낙관적이고 씩씩한 보컬, 은근히 감성의 밑바닥을 건드리는 속살 그리고 세련된 짜임새와 질감 등이 어우러져 ‘올해의 인디 싱글’로 손색이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성공의 모멘트를 갖지 못했던 이들에게 전환점이 될 만한 음반이다.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