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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샘 울리는 신파멜로의 자극, <여정>
이승훈( PD) 2004-09-09

1966년 흑백 100분

감독 강찬우

출연 이경희, 김혜정, 남궁원

EBS 9월12일(일) 밤 11시10분

영화 <여정>(女情)은 장르상으로 멜로이면서 1960년대 중반 크게 유행하면서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편수를 자랑한 이른바 통속드라마 장르(?)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당시엔 이런 신파조의 통속멜로물이 여성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기 때문에 지방의 흥행업자들이 앞다투어 투자를 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당시 유행했던 최신 히트곡이 영화 속 주제가로 등장하면 금상첨화였다. 이미자의 대히트곡 <동백아가씨>가 김기 감독 연출의 동명영화로 제작된 1964년 이후 이런 경향은 한동안 계속됐던 듯하다. <여정>을 연출한 강찬우 감독은 이런 방법을 즐겨쓴 감독 중 한명이기도 하다. 가수 남일해가 등장하는 1964년작 <모녀기타>를 비롯해, 역시 이미자의 노래 <황포돛대>를 주제가로 한 1965년작 <황포돛대> 등을 연출했던 강찬우 감독은 1959년 <사랑 뒤에 오는 사랑>으로 감독 데뷔한 이후 1968년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영화 활동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7편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영화를 연출한 그는 주로 액션이나 통속 멜로드라마를 연출했고, EBS에서도 이미 소개한 <모녀기타>(1964), <산천도 울었다>(1965)와 함께 1962년작 <피리불던 모녀고개>, 1968년작 <금수강산> 등이 대표작으로 전해지고 있다.

타이틀 곡 <여정>의 가사 중 ‘∼목숨처럼 아끼던 귀여운 딸을 그대 품에 보내고 떠나야 하는 피맺히는 여정에 별도 울었었소…’라는 구절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데, 영화 속 비련의 여인을 맡은 김혜정의 또 다른 캐릭터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김약국의 딸들>이나 <천년호> 등에서 보았던 개성적이고 육감적인 김혜정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가 김혜정 팬들에겐 특이한 느낌으로 와닿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