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rcus 1928년
감독·출연 찰리 채플린
EBS 9월12일(일) 낮 2시
영화 <서커스>를 촬영할 당시 채플린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재정적 압박, 이혼, 그리고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세계 영화인들, 그중에서 프랑스 영화인들은 그럼에도 배우이자 감독 채플린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않았다. “대중들은 아직 그가 위대한 극작가이자 허구의 창조자임을 모르고 있다. 배우로서의 재능이 작가로서의 재능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 클레르 감독의 이야기다. 가벼운 소품인 <서커스>는 배우로서,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 채플린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한 영화다.
거리를 헤매던 떠돌이 찰리는 우연히 서커스단 근처를 지나다 일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소품을 관리하던 찰리는 공중곡예의 일인자인 렉스와 메르나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혼자 불을 쬐고 있던 찰리는 서커스단에서 도망쳐 나온 메르나를 만난다. 찰리는 자신이 메르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녀를 다시 렉스와 결합시켜주는 것밖에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찰리의 도움으로 사랑을 찾은 렉스와 메르나는 결혼을 한 뒤, 다시 서커스단으로 돌아간다. 영화 <서커스>는 채플린의 슬랩스틱코미디가 1920년대에 어느 정도 확립되었음을 보여준다. 몸짓과 표정, 그리고 간단한 손놀림만으로도 영화 속 상황은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 시대와 인종을 초월해 채플린의 코미디가 인기를 끄는 것은, 복잡한 상황을 극도로 단순하게 표현할 줄 아는 그만의 재능이 빛나기 때문일 것이다. 떠돌이의 소동극과 다른 이의 사랑에 그가 남모르게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것, 그리고 결국 혼자 남은 떠돌이의 모습이 끝으로 남겨지는 것은 초기 채플린 영화의 변함없이 엇비슷한 이야기 패턴이기도 하다. <서커스>엔 이후 만들어진 많은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거울방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은 오슨 웰스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 아름다운 여인이 곡예를 벌이는 것은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를 연상케 한다.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은 <서커스>에 대해 “채플린은 새로운 종류의 인생을 창안해냈다. 그것이 채플린 영화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의 영화에는 인생 그 자체보다 더 위대한 무엇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방영엔 채플린의 1919년작인 단편 <하루의 행락>(A Day’s Pleasure, 1919년, 감독·출연 채플린)이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김의찬/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