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톨>은 낯익은 주인공과 스토리에 기대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원안이 된 1973년작 <워킹 톨>은 더티 하리처럼 총과 각목을 손에 쥐고 부패에 대항하는 보안관 버포드 푸서를 끌어들여 두편의 속편과 TV시리즈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실존인물 버포드 푸서가 전직 레슬러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리메이크 버전 <워킹 톨>이 프로레슬러 더 록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키가 2m에 가까운, 근육으로 지어올린 것 같은 WWE 챔피언, 거대한 육체를 돋보이게 만드는 각목, 단호하고 낭비없는 동작. 액션 그 자체에 충실하고자 한 <워킹 톨>은 안전한 주연과 든든한 원작으로 무장한, 시골 보안관처럼 소박하지만 믿음이 가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킹 톨>은 86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이 마치 두 시간처럼 느껴지는 지루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미이라2> <스콜피온 킹>으로 영화를 시작한 레슬러 더 록은 바위처럼 강건해 보이지만, 각목을 무기로 삼는 남자가 가져야 할 날렵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시골 마을의 여유나 유머는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더 록이 마을 주민들의 정서에 호소해서 무죄 판결을 얻어내는 법정장면이 어이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더 록은 감정을 허용하지 않는 딱딱한 레슬러고, 대본은 그 사실을 이용하거나 보완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30년 전 버포드 푸서는 마초가 되고 싶어하는 수많은 소년들의 환상을 자극했다. 그러나 30년 뒤 새로 태어난 <워킹 톨>은 힘이 세다고 마초가 될 순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 <잭애스>로 명성을 얻은 조니 녹스빌의 유머감각조차 거북이 등껍질처럼 완고한 더 록의 표정에는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