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라고 하면 몇몇 유명 연예인 얼굴부터 떠올리게 된다. 퇴폐, 향락, 무절제한 방종, 사회부적응 등의 단어도 떠오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대마를 금기로 여기게 된 것은 한 세기가 채 안 되었다. 대마는 신비의 약초이자 식품이었던 것은 물론, 종이와 범선의 돛과 로프의 원료로 널리 쓰였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도 대마초 제조를 연구한 대마 농장주였다. 그러나 대마의 운명은 1937년 12월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대마금지법이 공포되면서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마 박피기와 추수의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대마 산업의 발전에 위협을 느낀 섬유업계와 제지업계가 결탁하여 대대적인 반(反)대마 캠페인을 펼쳤다. 화학 자본 소유주 두퐁과 제지 공장을 소유하고 있던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결탁하여 대마초를 ‘저급한 인종들이 사용하는 미치광이의 약물’로 몰아세웠던 것이다.
그 결과 대마에 중과세를 하게 되면서 농가들이 수익성이 없는 대마 재배를 포기함으로써 대마 산업은 몰락했다. 대마초 금지의 논리는 ‘대마초 자체가 위험하지 않아도 헤로인으로 이르는 길’이기 때문에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으니, 논리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이후 1960년대 TV토크쇼에서 대마초 단속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대마초의 사용을 옹호한 시인 겸 교사 앨런 진스버그가 대마초 합법화 운동의 리더가 됐지만, 닉슨 정부는 반전 운동을 주도하는 신좌파 운동 세력에 대한 탄압의 빌미로 대마초를 활용했다. 60년대에 대마초는 진보와 혁명, 반전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것.
불법적인 대마초가 합법적인 담배보다 우리 몸에 덜 해롭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자본주의가 대마초를 혐오하고 적대시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치게(?) 적은 비용으로 과한 기쁨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 대마초는 환각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환각제는 인간의 감각기능을 완전히 바꾸어버린다. 환각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왜곡시키고 나아가 실제로 가해지지 않은 촉감을 느끼는 환촉까지 일으킨다. 대마초가 환각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러한 환각작용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마초를 피운 사용자들은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감에 있어서 완전히 정상을 유지하며 시간과 공간의 지각에 있어서도 정상을 유지한다. 이런 점에서 엘에스디나 엑스터시 등과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유현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