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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영화제, ‘진흙속의 진주’ 발견, 재발견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가 오는 9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영화제 개막을 한달 남짓 남겨놓고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마찰음이 빚어지고 있지만 프로그램은 예년처럼 신뢰감을 준다. 명망가 감독의 최근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로 몰리는 상황에서 부산이 놓치거나 혹은 감독의 유명세가 상대적으로 낮아 작품 완성도에 비해 주목이 덜 된 영화들을 골라내고, 영화사의 고전작들을 대중성을 가미해 특별 프로그램으로 다시 엮어낸 상영작 목록은 이 영화제의 특징이다. 부산, 부천, 전주에 이어 가장 늦게 출범했고 예산도 가장 적음에도 광주국제영화제가 다른 영화제 못지 않게 영화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는 건, 공인된 평가에 기대지 않고 미지의 영화를 발견해 가져오면서도 지나친 실험성으로 내닫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제 스스로도 이점을 내세워 올해의 슬로건을 ‘발견, 재발견’으로 내걸었다.

올해 프로그램 가운데 대중적인 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와이드 스크린 걸작선’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화면비율 2.35:1의 와이드 스크린 시대의 걸작들을 다시 튼다. 니콜라스 레이의 〈실물보다 큰〉(65년), 안소니 만의 〈서부의 사나이〉(58),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65), 우디 앨런의 〈맨하탄〉(79), 나루세 미키오의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60), 데이비드의 린의 〈닥터 지바고〉(65),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66) 등 13편을 원래 화면 비율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신설된 ‘논픽션 시네마’ 섹션의 올해 목록도 쟁쟁한다. 프랑스 다큐멘타리의 거장 레이몽 드파르동이 세달동안 프랑스 법정에서 진행된 사건 심리를 기록한 〈지방법원 제 10호실〉(2004), 미국 다큐멘타리 작가 로스 맥엘위의 86년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타리 대상 수상작 〈셔먼 장군의 행진〉 등에 더해 로베르 브레송 감독이 59년에 비전문 배우들을 데리고 찍은 극영화 〈소매치기〉의 출연자들을 다시 찾아가 만나면서 브레송의 연출 방법을 되돌아보는 바벳 골트만의 〈‘소매치기’의 모델들〉이 〈소매치기〉와 함께 상영된다.

묻혀있던 완성도 높은 영화들 목록 가득 50~70년대 ‘와이드 스크린 걸작선’ 눈길

국내에 처음 마련된 ‘장-마리 스트라우브 회고전’은 영화 애호가나 학도들이 놓치기 아깝다. 급진적인 동시에 엄격하게 영화 언어만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이 대가의 첫 단편 〈마쇼르카 무프〉(63), 이어나온 중편 〈화해불가〉(65)에서부터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일대기〉(67), 〈안티고네〉(92)를 거쳐 2002년작 〈탕자의 귀환〉까지 장·단편 19편을 튼다. 식민지 시대에 상하이에서 활동한 한국 배우 김염(1910~1983) 특별전도 관심을 끈다. 여배우 완령과 함께 30년대 상하이 영화의 대표 배우였고 상하이 영화 제작소의 배우 극단장직을 맡고 그곳에 조선인 학교를 세우기도 한 그의 출연작 7편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알랭 레네의 〈입술은 안 돼요〉(2003), 이집트 유세프 샤힌의 〈알렉산드리아… 뉴욕〉(2004) 등 거장의 신작과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로 국내에 소개된 프랑스 세데렉 클라피쉬의 〈불순한 제안〉(2003), 일본 만다 구니토시의 〈터널〉 등 화제작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개막작은 일본 아타나베 겐사쿠의 〈러브드 건〉, 폐막작은 배창호 감독의 신작 〈길〉이다. (062)228-9968, www.gif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