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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영진위 KBS와 ‘저예산 HDTV 영화 제작 프로젝트’ 시행 발표
문석 2004-08-25

영화와 방송, 한배 타는가

HDTV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영화가 방송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확보하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사진)는 8월17일 KBS와 함께 저예산영화 5편의 제작을 지원하는 ‘저예산 HDTV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영진위와 KBS는 순제작비 5억원 내외의 HDTV영화 또는 필름영화에 3억원 내외의 현금과 현물을 투자 및 지원하게 되며, 완성작은 극장에 개봉된 뒤 KBS를 통해 방송된다. 영진위와 KBS는 9월13일부터 17일까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작품을 지원받은 뒤 10월 중 지원작 5편을 발표하게 된다. 지원작은 6개월 이내에 작품을 크랭크인해 1년 이내에 완성해야 하며, 이들 작품은 예술영화전용관 네트워크 등 극장과 방송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HDTV 영화 프로젝트가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우선 영화와 방송이라는 두 분야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맺는 탓이다. 그동안 영화감독 개인이 단막극을 연출하거나 방송사가 개별영화에 부분투자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양자가 장기적으로 협업을 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협업은 단기적으로는 영화쪽의 콘텐츠 생산능력을 방송에 이식한다는 점과 영화계가 HD라는 신기술에 적응하게 된다는 점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되며, 장기적으로는 유럽처럼 방송사가 영화계에 본격 진출하는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영화 점유율 50% 시대의 골칫거리인 ‘다양성 확보’를 해결하는 데 일말의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은 “투자에 있어 흥행성만이 유일한 잣대가 되고 있는 현재 한국영화의 시스템상에서는 다양성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흥행 결과보다는 작품성에 관심을 두는 HD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런저런 이유로 충무로에서 투자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몇몇 기성 감독과 제작자들이 이번 사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영진위는 또 HD영화 제작이 활성화되면 각종 교육기관을 통해 꾸준히 배출되는 영화 인력들의 활용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1999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사업인 만큼 HDTV영화 프로젝트에 대한 영진위의 의지는 상당히 굳어 보인다. 김혜준 국장은 “내년에는 3개 방송사와 10편 정도 함께 제작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한다. 또 현재는 순제작비 5억원 중 절반가량만을 지원·투자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전액을 지원·투자할 방안을 세우고 있다. 판로가 애매한 현재로서는 이 영화를 만드려는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1억∼2억원을 투자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파이낸싱은 영진위와 KBS가 풀고 제작사는 영화만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영진위의 뜻이다. 현재 영진위는 KBS와 함께 공동투자자로 참여할 몇몇 협찬사를 알아보고 있으며, 일본 비디오 업체나 등과도 선투자 건을 놓고 접촉을 벌이는 중이다.

물론 5억원이라는 예산이 주는 근원적인 제약과 아직 미숙한 HD 기술 등 극복할 과제가 만만치 않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 때문에 과감한 실험과 도전 또한 가능해 이번 프로젝트는 충무로뿐 아니라 방송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 결국 오는 10월의 첫 지원작 선정은 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첫 번째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