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흑백 98분
감독 이성구 원작 이효석
출연 박노식, 김지미, 김희갑, 허장강
EBS 8월29일(일) 밤 11시10분
제11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제2회 남도영화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제2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출품
찌는 듯하던 불볕 더위도 한풀 꺾인 8월의 끝자락. 이제 곧 9월이 오면 강원도 봉평엔 소설처럼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메밀꽃, 봉평, 장돌뱅이, 그리고 달빛…. 이런 이미지들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향토적 서정성이 짙게 묻어나는 우리나라 단편문학의 백미이다. 이번주는 9월을 앞둔 여름의 끝자락에서 이효석의 소설을 이성구 감독이 연출한, 영화 <메밀꽃 필 무렵>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문예영화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자 이성구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 무렵 <일월> <메밀꽃 필 무렵> <장군의 수염> 등 많은 문예영화- 사실 1966년과 67년은 한국 영화사에서 문예영화가 가장 많이 만들어진 시기이다- 를 만들기도 한 이성구 감독은 우리 고유의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하지만 기구한 장돌뱅이들의 이야기를 수려한 흑백 시네마스코프 화면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원작이 그렇듯 영화 역시 장돌뱅이들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고 있는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는데, 세 장돌뱅이를 맡은 박노식, 김희갑, 허장강의 노인과 젊은 시절 역할은 세 연기파 배우의 훌륭한 연기소화력을 실감케 한다. 특히, 박노식은 그의 대표적 캐릭터로 알려진 액션 연기와 달리 신상옥 감독의 <벙어리 삼룡>, 유현목 감독의 <카인의 후예>, 임원식 감독의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 김효천 감독의 <소장수> 등에서 보여준 진지하고 멋진 연기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권언 한마디! 흑백화면으로 받은 감흥에 메밀꽃빛과 달빛을 채색하러 봉평으로 달려가보는 것은 어떨는지….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