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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재평가 받는 김기덕 감독
2004-08-24

다소는 괴팍하고 풀기 어려운 까다로운 주제를 많이 다뤄 늘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미국 땅에서 재평가 받고 있다. 금년 그가 감독한 대종상 작품상 수상작 <봄 여름 가을 겨을 그리고 봄>이 지난 4월 미국 땅에 상륙한 이후 "인생에 관한 고통스런 교훈'을 주는 영화라는 극찬과 함께 한국 영화로는 최대의 흥행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봄 여름...>은 국내에서 불과 2만8천명의 관객을 불러들였지만 미국에서는 2백25만여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요즘 미국 극장의 관람료를 6~7 달러로 볼 때 32~37만명이 이 영화를 즐긴 셈이다.

LA 타임즈는 "<봄 여름...>은 절이 배경의 전부이고 스님과 제자, 그리고 잠깐의 사랑 얘기, 고양이, 뱀, 개구리, 물고기 정도가 등장하는 전혀 블록버스터라고 볼 수 없다"면서 "그러나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고 22일 말했다. 이 신문은 43세의 김 감독이 "한국 관객들은 내가 외국에서 큰 상을 받기라도 하면 어떻게 그렇게 성공을 거두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 말을 전하면서 김 감독은 스스로를 고국에서는 명예를 갖지 못한 일종의 예언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봄 여름...>이 상영된 워싱턴주 타코마의 뉴스 트리뷴은 "이 영화는 고요한 물과 정적의 숲을 배경으로 한 가운데 그속에서 자라 성인이 된 한 소년의 격정적인 영혼을 역설적으로 잘 대비시켜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4계절이 삶의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봄은 어린아이의 순수함, 여름은 젊은 사랑의 태동, 가을은 두통과 절망을, 겨울은 고독과 깊은 슬픔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뒤 봄과 함께 인간의 영적인 재탄생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트리뷴은 "김 감독은 5개의 계절을 통해 인생의 고통스런 교훈을 설명하고 있다"면서 "이 영화에서 소년에서 자란 성인 역할을 맡은 김 감독은 파계와 희생을 통해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배우는데 실패했던 올바름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지난 5월 부터 애리조나주에서 상영된 <봄 여름...>에 대해 "삶과 시간의 경과, 책임감의 수용과 욕망의 방출에 대한 아름다운 불교적 명상"이라면서 "이 영화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LA 타임즈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국산영화가 전체의 62%를 차지하는 등 한국 관객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에서 성공한 영화가 반드시 수출이 잘된다고 볼 수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실제로 베니스 영화제 특별감독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칸 영화제 감독상 공동수상작인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모스크바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등은 미국 땅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반면 국내에서는 큰 성공을 못거두었던 칸 대상작 <올드 보이>는 미국 땅에서는 꽤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