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고날 필름 아카이브가 주최하는 제1회 서울실험영화페스티벌이 8월24일(화)부터 29일(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스페이스셀, 두곳에서 열린다. 이야기의 강박에서 벗어난 다양한 국내외 실험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인 이번 행사는 최근 국내 실험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공식경쟁부문, 한국실험영화 진영의 맥락을 이어온 작품들로 구성된 국내초청 부문, 그리고 영국의 1960∼70년대 아방가르드 단편영화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초청작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시간의식> <자본당 선언> 등으로도 알려져 있는 영화집단 곡사의 최근작 <빛과 계급>,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는 김동명의 〈Talkville> 등이 ‘시적 형식’에 속해 있다. 영화의 기술적 실험을 주요하게 다루는 ‘시각적 형식’에는 영화 자체의 본질적인 환영성을 소재로 하는 〈24>, 추상애니메이션 <직선과 곡선>, 사진과 비디오의 콜라주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등이 있다. ‘다큐적 형식’에는 말 그대로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상상적 실험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제3언어>, 살풀이굿을 소재로 한 <혼건지기>, 대상을 다각도의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당인리 발전소> 등이 있다. 그리고 단 한편뿐이기는 하지만 <따업옥젬>은 열린 형식을 추구함으로써 ‘자유적 형식’에 포함되어 있다. 섹션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형식’에 대한 현 단계의 다양한 영화적 시도들을 일괄할 수 있으며, 현재 한국 실험영화의 경향과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두 번째, ‘한국 실험영화의 주요 스펙트럼’이라는 소주제를 표방한 국내초청 부문은, 카이두, 실험영화연구소, 사회적 실험영화, 매체실험 등을 화두로 한다. 1960년대 씨네포엠, 70년대 영상연구회와 카이두, 90년대 실험영화연구소, 그리고 현재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독립영화계 내의 실험영화 감독들에 이르기까지 그 명맥을 이어온 흐름 안에서 그 집단과 작품들이 어떻게 사회와 끈을 대고 있는가를 주목한다. 통렬한 참여의식을 바탕으로 한 주제를 지닌 영화들이며, 통시적인 계보의 선을 그어볼 수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화여대 출신들이 주축이 돼 모여 만든 이후 197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했던 실험영화 창작집단 ‘카이두’의 작품 <무제>가 대표적이다. 또, 1990년대 몇 차례의 상영회를 이끌며 실험영화의 대중화에 길을 텄던 ‘실험영화연구소’의 대표작 <현빈>, 꾸준하게 실험영화를 지켜온 임창재의 〈Over Me> 등을 상영한다. 한편, 공공미술단체 플라잉 시티의 <북악산에서>는 역사의 상징적 장소인 북악산을 소재로 하여 한국 역사의 뒤안길을 이미지와 퍼포먼스가 교차하는 열린 형식으로 되돌아본다. 영화 매체의 고유한 속성을 사유하는 작품들, 즉 구조적 실험영화라고 불릴 만한 박동현의 <회> 등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 해외초청작 부문은 마크 웨버라는 영국의 큐레이터가 프로그래밍하여 <슛, 슛, 슛-영국 전위영화 초기 10년 1966∼76>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미 상영된 바 있는 프로그램이다. <확장된 개념의 시네마> <더블 스크린 영화들> <런던 언더그라운드> <구조적/유물론적> <위치/지속> <간섭과 현상> <다양화> <서사적 비행> 등 8개의 범주들로 나누어져 있다. 대략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30분 정도의 중·단편들이 대부분이다. 영국의 구조적 실험영화를 대표하는 말콤 르 그리스의 〈Castle One>, 각종 이미지들을 뒤섞는 그의 또 다른 영화 〈Region of the Vampire>, 윌리엄 버로스와 공동작업으로 만든 앤서니 발츠의 〈Towers Open Fire>, 물질적 구조주의의 이론적 대표주자이기도 한 피터 지달의 〈Key>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상영 목록 외에도 부대행사로 잡혀 있는 말콤 르 그리스의 초청 강연 등이 눈길을 끈다. 실험영화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국내 상황으로서는 의미있는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