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특별전 ④ <깃발없는 기수>
1979년 컬러 101분
감독 임권택 원작 선우휘
출연 하명중, 김영애, 고두심, 송재호
EBS 8월22일(일) 밤 11시10분
제18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미술상
그에게는 깃발이 없었다.
그러나 값싸게 높이 내어 흔들어진 어떠한 깃발보다
그에게는 훌륭한 보이지 않는 깃발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8월의 ‘임권택 감독 특별전’ 마지막 영화는 선우휘 원작의 <깃발없는 기수>이다. 영화 <깃발없는 기수>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문예영화이면서 반공영화이다. 원작자 선우휘는 이만희 감독의 <싸리골의 신화>(1967), 유현목 감독의 <불꽃>(1975) 등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1960년대까지 사극이나 활극, 액션영화 등을 주로 연출했던 임권택 감독은 1970년대에는 전쟁영화, 문예영화 등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는데, 이 영화 <깃발없는 기수>는 임권택 감독이 조금씩 자신의 영화 색깔을 나타내기 시작한 1970년대 말 일련의 영화들 중 하나이다. 임권택 감독의 술회에 따르면, 영화의 소재 선택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시기와 <만다라>를 기점으로 비로소 자신만의 색깔이 녹아들어가기 시작한 시기의 중간 정도에 이 영화 <깃발없는 기수>가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8·15 직후 혼란기에 기자생활을 하던 주인공(하명중)은 좌우 대립이 극에 달한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방황하던 중 좌익 세력의 우상이었던 이철(주현)의 인간적 실체를 바라보면서 이데올로기의 허망함을 느끼고, 결국 그를 저격한다는 줄거리의 <깃발없는 기수>는 어느 정도 계몽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지만 지식인의 이데올로기적 고뇌와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수작이다.
지금은 중견 TV탤런트가 된 송재호, 주현, 김영애, 고두심 등의 영화 속 젊은 시절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연기 모습을 확인하는, 그리고 영화작가로 넘어가는 시점에 서 있었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한편을 새롭게 확인하고 발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