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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길을 잃다

모든 것이 상상‥시청자 반발에 수정 고심

15일 종방을 앞둔 에스비에스 주말극 <파리의 연인>이 막판까지 파문을 낳고 있다. 15일 마지막회 끝부분의 파격적인 에필로그가 13일 공개되면서다.

에필로그는 기존 드라마 작법에선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 내용이다. 기억상실인 체 하는 수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헤어졌던 기주와 태영이 파리에서 2년만에 재회하는 엔딩 직후, 지금까지의 극 내용이 모두 현실의 태영이 쓴 시나리오 내용이었음이 드러난다. 태영의 시나리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그가 현실에서 아는 사람들의 변형이다. 가령 태영의 작은 아버지 필보는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시나리오 속 기주의 전 아내인 승경과 부부사이다.

기존의 이야기를 모두 가상으로 돌리는 충격적 반전이다. 유럽 영화 등에선 가끔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이것이 반전의 전부가 아니다. 태영이 시나리오를 쓰는 오피스텔은 알고보면 놀랍게도 현실 속 기주의 오피스텔이다. 태영은 1부에서처럼 장소만 서울로 바꿔 기주의 오피스텔을 청소하며 기주의 노트북을 빌려 시나리오를 쓴다. 기주를 만난 상황도 1부와 동일하다. 친구 양미의 좌판을 기주의 승용차가 덮친다. 항의하는 태영에게 기주는 “얼마면 돼? 도덕시간 졸았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김은숙 작가는 “판타지와 현실의 끊임없는 순환구조를 통해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현실로 빠져나온 뒤, 다시 현실에서도 기주를 만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려 했다”며 “극 처음부터 생각했던 결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런 파격적 결말을 위한 어떤 복선도 제시된 적이 없어, 시청자들로선 너무 급작스런 반전의 반전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온갖 사이트 게시판 등엔 “농락당한 느낌”이라는 격렬한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디 ‘dew0321’은 “작가가 우리의 진지하고도 열정적이었던, 진실된 마음을 보았다면 이렇게 무책임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잔인한, 펜으로 가장한 칼의 장난이다”라고 썼다.

김 작가는 “팬들의 반응이 예상과 달라 고민이 많다”면서도 “수정을 하더라도 에필로그 틀거리는 유지한 채로 극적 장치를 다듬는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 관계자는 “아직 이틀이 남은만큼 에필로그 전체 수정도 가능하다”고 달리 말했다. 9신으로 된 에필로그는 마지막회 대본의 4분의1 분량이다. <파리의 연인>은 지금 스스로가 창출한 판타지의 안개, 팬덤의 열기에 가려 길을 잃은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