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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TV영화 시대 도래하나
오정연 2004-08-10

MBC <베스트극장> 4주 연속 HD 제작 발표

여의도가 충무로에 도전장을 던졌다. 적어도 MBC <베스트극장>의 티저 예고편에 따르면 그렇다. ‘본격적인 TV영화의 시대로’라는 자막과 함께 박찬욱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우리도 준비됐다’는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 광고는 <베스트극장>이 오는 8월13일부터 4주에 걸쳐, HD카메라로 제작한 단막극을 방영할 것임을 알리면서 끝이 난다.

<베스트극장>이 한달 동안 HD드라마를 반영한다고, TV영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자막은 <베스트극장>이 저조한 시청률로 고민하다가 내놓은 과대광고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뭔가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간 HD로 <베스트극장>이 제작된 것은 몇번의 특집극에 불과했을 뿐, 이번처럼 4주 연속으로 HD 제작을 감행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시도를, “단막드라마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현실에서, 한달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양질의 드라마를 방송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4주 연속 방영이 끝난 뒤, <베스트극장>쪽은 얼마만큼의 주기를 가지고 HD카메라로 제작할 것인지를 판단할 것이다.

HD카메라로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 일반 ENG카메라를 사용할 때보다 제작기간은 1.5∼2배 정도 길어지고 고해상도에 걸맞게 미술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도 늘어난다. 그러나 영화에 버금가는 사운드와 해상도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HD제작의 강점. 여기에 최근 HD로 제작한 단막드라마 <>(사진)(연출 김윤철)이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국내 최초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던 좋은 결과는 제작진들의 의욕을 더욱 고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현재의 드라마 제작 여건에서 단막극을 넘어 미니시리즈나 연속극까지 정기적으로 HD물을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부의 판단이다. 또한 HD제작 <베스트극장>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등의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다. 결국 본격적인 TV영화는 당분간 <베스트극장>과 같은 단막극에 한정될 것이다. 그러나 ENG카메라를 사용할 때보다 모든 부분에서 영화적인 기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HD작업의 속성. <베스트극장>의 이러한 시도는, 방송인력들의 영화적 감각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MBC가 검토 중인 또 하나의 프로젝트인 자체 영화제작 계획은, ‘TV영화’를 향한 MBC의 또다른 비전을 보여준다. 현재는 극장 개봉용 영상물을 올해 안에 크랭크인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단계에 있다. “영화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드라마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을 뿐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만나는 형식으로 저예산영화를 만들게 될 것 같다. 예전부터 내부에서는 늘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인력들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획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책임자 김남원 PD의 설명이다. <베스트극장>의 시도와 이 프로젝트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지만, 제작인력의 훈련 차원에서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MBC가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대부분의 핵심 인력은 내부에서 충당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MBC의 두 가지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전편 HD 사전제작으로 관심을 끌었던 <다모>의 성공은 자주 찾아올 것이다. 방송사 드라마PD가 감독 데뷔의 또다른 등용문이 되거나, 영화감독이 TV물을 제작하는 등 인력의 활발한 교류 역시 기대되는 부분. 물론 이러한 결과가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찾아올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MBC의 야심찬 티저 광고 하나가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