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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갓파더스>로 시카프 찾은 곤 사토시 감독
2004-08-10

“상상이 빠지면 애니가 아니다”

지난 일요일 제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시카프)이 열리는 서울 코엑스의 심야상영관. 메가박스 7관을 거의 메운 관객들은 이날 새벽 1시 반부터 3시까지 때아닌 웃음의 도가니에서 헤어날 줄 몰랐다.

가출소녀 미유키, 가짜 경륜 선수 출신의 긴, 남자 동성연애자인 하나 등 3명의 노숙자가 주인공인 〈동경대부(도쿄 갓파더스)〉 때문이다. 영화는 이들이 크리스마스 날 버려진 아이의 부모를 찾아 나서며 좌충우돌한 6일간(새해 첫날까지)의 이야기가 뼈대다. 그 사이 저마다 숨겨온 삶의 생채기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아이가 성탄절 선물인 양, 행운처럼 상처가 씻기는 과정이 더없이 웃기고 애잔하다.

〈동경대부〉(2003년)는 〈퍼펙트 블루〉(1997) 〈천년여우〉(2002)로 급속하게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곤 사토시(41)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이번 시카프 경쟁작으로 출품되면서 한국을 방문한 곤 감독을 지난 5일 만났다. 솔직하고도 철학적인 언변은 현실과 상상을 버무리는 그만의 영화적 아우라를 닮아 있었다.

“지금 한국에 있는 나는 일본의 내 방과 아내를 상상하는 또 다른 나와 겹쳐 있다. 그게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회화의 스푸마토 기법처럼 현실과 가상의 경계 허물기는 이런 의도를 전하는 동시에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그만큼 넓히기 위함이다. 곤 감독은 이들 두고 “화면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완벽히 이해시키는 게 애니메이션이 아니다”라며 “100명이 봤다면 100개의 시선이 존재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마치 실사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두 장르간의 경계 또한 무너뜨리는 것으로 유명한 곤 감독은 실제 실사 영화를 제의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림이 아니면 이미지가 안 떠오르”는 천상 만화가다. “자신의 기술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몇 십년이 걸렸다”며 “실사영화를 하려면 그에 맞는 기술과 노하우가 새롭게 필요할 텐데 그 시간에 애니메이션에 더 치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학 재학 당시 만화가로 데뷔한 뒤 애니메이션에 발을 들여서까지 그가 가장 무게를 두는 것은 ‘이야기’다. 실제 세 작품 모두 각본까지 맡아 했다. 이번이 첫 시카프 나들이인 곤 감독은 “일본에서 한국인 스태프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한데 한국인들만의 작품이 고전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축제를 통해 각국의 창작자가 영향을 받고 발전을 거듭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2005~06년 개봉을 목표로 하는 4번째 작품을 제작 중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