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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 기간에 혹한과 싸우며 영화 촬영중
2004-08-09

<남극일기> 뉴질랜드 촬영현장 제작발표회

연일 푹푹 찌는 염천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송강호와 유지태를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적도 건너편에서 눈보라와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가며 촬영에 한창이다. 기획기간 4년 반. 육로로는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남극의 '도달불능점'(남극대륙 해안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남위 82도 8분, 동경 54도 58분에 위치한 지점으로 1958년 소련 탐험대가 단 한차례 정복했음)처럼 크랭크인을 거부해온 것처럼 보였던 영화 <남극일기>가 지난 5월 25일 국내 촬영을 시작한데 이어 7월 5일부터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근교 스노팜에서 한창 촬영중이다.

<남극일기> 제작진은 베일에 싸인 것처럼 비밀스럽게 진행돼온 촬영현장을 공개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국내 기자들을 초청했다. 8일 오후(현지시간) 퀸스타운 밀레니엄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제작자인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와 임필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유지태·박희순·김경익·윤제문·최덕문·강혜정,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의 프로덕션 매니저를 맡았던 뉴질랜드의 현장프로듀서 브리짓 버크, 프로듀서 임희철 등이 참석했다.

임필성 감독은 "99년 가을 남극탐험대(대장 허영호)의 좌절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지 5년이 흘렀다"고 회고한 뒤 "크랭크인 직전에 몇 차례나 좌절하다보니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고 이제는 최상의 배우·스태프와 함께 촬영하고 있어 무척 행복하다"며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탐험대장 최도형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이 영화가 나 <버티컬 리미트>처럼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한 휴먼 드라마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면서 "극한상황에 맞닥뜨린 인간 내면의 집념과 공포, 그리고 근원적 욕망 때문에 빚어지는 사람 사이의 갈등을 정교하게 묘사한 시나리오를 보고 단번에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탐험대의 막내 김민재로 등장하는 유지태는 "<올드보이>를 시작하기 이전에 이 작품의 출연을 결심했는데 모처럼 극중에서 내 나이를 찾아 기쁘고 연극계의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든든한데다가 좋은 영화를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남극일기>는 도달불능점을 향해 순조롭게 행군하던 6명의 남극탐험대원 가운데 한 명이 의문의 질병에 걸려 낙오했다가 실종되자 나머지 대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예기치 않은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파국을 맞는다는 줄거리의 미스터리 스릴러. <기념품>(97년), <소년기>(98년), <베이비>(99년) 등의 단편영화로 일찌감치 충무로 차세대 기대주로 꼽혀왔던 임필성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았으며 송강호와 유지태라는 '환상의 투 톱'에 대학로의 이름난 실력파 배우 네 명이 가세했다. 베이스캠프에서 탐험대와 교신을 나누는 유일한 여자 배역 유진으로는 <올드보이>로 스타덤에 오른 강혜정이 출연한다.

스태프들의 면면도 출연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올드보이>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정정훈 촬영감독과 박현원 조명감독이 나섰으며 <공각기동대>와 <링> 시리즈로 유명한 가와이 겐지가 음악을 맡는다. 올해 초 44일의 최단기록을 세우며 도보로 남극점을 밟는 데 성공,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 완등, 7대륙 최고봉 등정, 지구 3극점 도달) 달성에 북극점만 남겨놓고 있는 산악인 박영석씨는 탐험 슈퍼바이저라는 이름을 달고 시나리오 감수와 배우 훈련 등을 담당하고 있다.

<남극일기> 제작진이 뉴질랜드로 날아온 것은 이곳의 자연 경관이나 기후 조건 등이 남극과 흡사하기도 하지만 실력 있는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기 때문. 로케 현장에서는 <피아노>와 <전사의 후예> 조명 스태프 출신 마크 아치볼드를 비롯해 30명의 뉴질랜드 스태프가 50명의 한국 스태프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웨타워크숍은 매머드 소품을 제작했고 웨타워크숍 미니어처 슈퍼바이저 출신인 롭 위블이 크레바스(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빙하지대의 갈라진 틈) 미니어처를 만들었다. 뉴질랜드에서 찍은 필름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녹음과 현상을 도맡았던 필름 유니트가 현상한다. <남극일기>는 25일까지 뉴질랜드 로케를 마치고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10월 말까지 촬영을 마무리한 뒤 후반작업을 거쳐 내년 설에 개봉할 예정이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