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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2004 초청작 - 장편
황혜림 2004-08-04

장편애니메이션 하이라이트곤 사토시와 빌 플림턴을 만나다

도쿄 갓파더즈 東京代父

곤 사토시 l 일본 l 2003년 l 90분 l 아시아의 빛

제목에서 <대부>의 일본 애니메이션 버전쯤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도시의 뒷골목, 밑바닥 인생, 총격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작품은 말하자면 ‘세 노숙자와 아기’에 가깝기 때문. 눈 내린 크리스마스, 노숙자인 여장남자 하나와 긴, 미유키는 쓰레기 더미에서 아기를 발견한다. 함께 발견된 명함과 사진을 단서 삼아 아기의 부모를 찾아나서는 세 사람. 이 도쿄의 대부, 대모들이 유괴 사건에 휘말리고, 타인을 돕기도 하며, 각자의 과거와 조우하는 동안, 무정한 겨울의 도시 곳곳에서 사람 사는 온기가 피어난다.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의 감독 곤 사토시의 신작. 전작들에서 보듯 다수 일본 애니과 다른 사실적인 이미지는 여전하나, 꼼꼼하게 연출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릴레이, 캐릭터의 개성과 스크루볼코미디식 웃음이 절묘한 하나의 퍼즐을 이루며 한층 푸근하고 가슴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퍼펫툰 무비 The Puppetoon Movie

아놀드 레이보비트 l 미국 l 1996년 l 76분 l 제3의 앵글

영화 촬영장, 공룡 어니는 감독 검비에게 조지 팔이 자신들, 곧 인형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기로 한다.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조지 팔은 “월트 디즈니가 미국인들에게 그랬듯, 유럽인들에게 판타지의 상인”이었던 애니메이션 감독. 1960년 영화 <타임머신>으로도 알려진 그는 할리우드 최초의 인형애니메이션스튜디오를 만들고, 단편 시리즈 <퍼펫툰>을 제작했다. 전당포 안에서 저절로 움직이는 피아노와 트럼펫 등 악기들과 흥겨운 즉흥 연주를 벌이는 소년을 그린 〈Jasper in a Jam>, 저음으로도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튜바를 다룬 〈Tubby the Tuba> 등 악기를 불 때 볼록해지는 볼, 눈꺼풀까지 꼼꼼하게 만든 인형들의 풍부한 표현력이 놀라운 조지 팔의 1930∼40년대 작품들을 담고 있다.

헤어 하이 Hair High

빌 플림턴 l 미국 l 2004년 l 75분 l SICAF 시선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뮤턴트 에일리언> 등 이미 국내에 소개된 장편들을 통해 기발한 상상력을 과시한 미국의 독립 애니메이터 빌 플림턴의 최신작. 전학 온 고교생 스퍼드는 학교의 스타인 로드와 체리 커플의 비위를 거스른 탓에 체리의 시중을 들게 된다. 학교의 여왕인 체리와 독서를 좋아하는 스퍼드.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졸업 파티에 같이 가기로 한다. 하지만 분노한 로드의 음모로 사고를 당한 이들 커플은, 1년 뒤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파티에 나타난다. 성과 폭력을 거침없는 농담 및 판타지의 재료로 삼곤 하던 플림턴 특유의 도발 수위는 전작보다 낮아진 듯. 대신 부풀린 헤어스타일처럼 과장된 스타일과 로큰롤의 시대로 기억되는 1950년대와 당시 미국 청춘들에 대한 독특한 오마주를, 감독이 직접 손으로 그렸다는 개성적인 펜화로 만날 수 있다.

벨빌의 세 쌍둥이 Les Triplettes de Belleville(Bellville Rendez-vous)

실뱅 쇼메 l 프랑스 l 2002년 l 80분 l SICAF 시선

<벨빌의 세 쌍둥이>는 참 희한한 장편애니메이션이다. 러닝타임 내내 대사가 거의 없는 데다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30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샹피옹은 내성적인 소년. 샹피옹이 자전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안 할머니는 자전거를 선물하고, 성장한 샹피옹은 ‘뚜르 드 프랑스’ 대회를 목표로 훈련한다. 하지만 대회 도중 샹피옹이 납치되자, 손자의 행방을 쫓아 벨빌에 이른 할머니는 노(老) 재즈 트리오 ‘세 쌍둥이’의 도움을 받아 구출작전에 나선다. 마른 몸에 다리 근육만 돋보이는 샹피옹처럼 과장된 캐릭터와 세밀한 삽화 같은 핸드드로잉의 독특한 이미지, 진공청소기 같은 일상의 요소를 악기로 삼는 벨빌 자매들을 비롯해 음향과 재즈풍 음악으로 대사를 대신한 연출 등 무성영화의 매력과 향수를 되살리는 개성 만점 애니메이션.

케이트-말괄량이 길들이기 Kate-The Taming of the Shrew

로베르토 리오니 l 이탈리아 l 2004년 l 77분 l 패밀리 스퀘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한 줄거리는 익숙하지만, 색색의 종이로 만들어진 동물 인형애니메이션이라면 볼거리가 다르다. 파두아 부호의 맏딸 카테리나(케이트)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를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당찬 아가씨. 구혼자가 없어 아버지의 원망을 사던 그녀 앞에, 베로나의 바람둥이 페트루치오가 나타난다. 베니스의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한 그는 지참금이 많은 데다 도발적인 카테리나에게 끌려 구혼한다. 카지노 쇼 무대에 나서고, 남자들을 검술로 물리치기도 하는 카테리나는 원작에 비해 현대적인 여걸 캐릭터. 수상 도시 베니스, 화려한 의상 등 정교한 세트와 인형, 검술과 추격전의 액션 연출 등 ‘페이퍼모션’이라 불리는 로베르토 리오니의 형형색색 종이 스펙터클과 유머, 음악과 춤과 수다가 넘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