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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 장면 음탕하다 하나” , 김수용 영등위원장 인터뷰

성기·체모 노출 <팻 걸> 일반상영 허용

“영화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봐야 하는데, 한번 (체모와 성기 노출을) 허용하면 그게 빌미가 돼 선정적으로 노출신을 집어넣는 영화를 못 막는다는 우려가 앞서왔다. 그런데 이 영화(<팻 걸>)처럼 소녀들의 성장 과정을 깊이있고 품위있게 그릴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면서 선정적 노출을 앞세우는 영화가 오면 그땐 또 다르게 보는 거다.”

금단의 벽이 깨졌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지난 28일 <팻 걸> 등급심의 재심에서 ‘제한상영’ 등급을 매긴 영화소위원회의 결정을 깨고 이 영화에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줘 일반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 카트린느 브레이야 감독이 연출한, 사춘기 여학생의 성장영화인 <팻 걸>엔 여자의 체모와 남자 성기가 잠깐 노출되는 장면이 2~3 차례 나온다. 국내 일반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 <크라잉 게임>, <쉰들러 리스트> 처럼 성행위와 무관한 성기 및 체모 노출이 허용된 경우는 있었지만 성행위의 연장선에서 허용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등위 위원 15명 가운데 12명이 참석한 이날 재심의 표결 결과는 ‘18살 관람가’와 ‘제한상영’이 ‘6 대 6’이었다. 동수일 경우 영등위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현 위원장인 김수용 감독의 결정을 좇아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이 내려졌다.

“소녀들 성장 품위있게 그려 누가 그장면 음탕하다 하나”

“결정하기 전에 이 영화를 세 번 봤다. 그리곤 영화심의소위의 회의록을 봤다. 그때 5 대 4로 제한상영 등급 결정이 났는데, 여기에 반대한 4명 모두 여자 위원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소년의 성장영화는 많았지만 소녀의 성장영화는 드물었다는 점과, 이 영화의 노출에 선정성이 없다는 점을 꼽고 있었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이 영화의 노출을 두고 누가 음탕하게 느끼고 성적 자극을 받겠는가. 그래서 등급위 위원 몇명을 미리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가까스로 표결이 동수가 됐다. 이번에도 ‘18살 관람가’ 쪽은 나 빼고 5명 모두 여자 위원이다.” 영등위가 출범하고 김수용 감독이 첫 위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99년, 그는 <아이즈 와이드 셧>이 영화등급소위에서 체모 노출을 이유로 등급보류 결정을 받아 재심이 들어왔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내가 이 감독의 영화를 못 틀게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재심에서 그는 18살 관람가 의견을 냈지만 결과는 등급보류 쪽의 수가 앞섰다. <아이즈…>는 모자이크 처리한 뒤에야 18살 관람가로 개봉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체모의 벽이 무너지기까지 영등위 출범 뒤에도 5년이 걸린 셈이다.

김 감독이 영등위 위원장직을 맡아온 지난 5년 동안 여러 논란이 있었고, 특히 최근엔 수입추천심의가 문제가 돼 문화부가 이 심의를 없애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표현의 자유가 없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 최근의 변화들은 그래도 완벽한 쪽으로,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거기에 조금이나마 영등위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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