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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가, 무어 감독의 <화씨 9/11> 내용오류 지적
2004-08-02

쿠웨이트는 <화씨 9/11> 상영 금지 조치

마이클 무어 감독이 자신의 영화 <화씨 9/11>에서 미국 정부가 9.11 공격 직후 사우디 아라비아의 고위층을 미국 밖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한데 대해 사우디 왕가가 반격을 시작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 주재 사우디 대사인 투르키 알-파이살 왕자가 인터뷰에서 사우디 왕가가 무어 감독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 설명했다면서 사우디왕가가 <화씨 9/11>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압둘라 사우디 왕세자의 이복형제로 9.11 공격 당시 사우디 정보기관을 맡고 있었던 알-파이살 왕자는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9.11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9.11 공격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어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 9.11 보고서를 읽을 수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면서 무어 감독은 사우디가 오사마 빈 라덴과 연관을 맺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무어 감독은 <화씨 9/11>에서 9.11 공격 이후 미국 공항이 폐쇄되고 모든 비행기 운항이 중단된 상태에서 부시 행정부가 사우디 왕자들과 빈 라덴 일가가 미국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했다고 말하면서 사우디가 9.11 공격과 연관이 있음을 감추기 위해 미국 정부가 이들을 빼돌렸음을 암시했다. 투르키 왕자는 지난달 말 발간된 9.11 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무어 감독의 이런 주장들이 완전히 반박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사우디인들이 2001년 9월13일 공항이 다시 문을 열기 전 국내외로 비행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백악관이 정치적으로 개입한 증거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무어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무어 감독은 실제 일어난 일을 확인하기보다는 '억측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투르키 왕자는 무어 감독이 사우디 방문 비자를 요청했고 사우디 정부가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 줬지만 무어 감독은 사우디를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무어 감독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중대한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투르키 왕자는 9.11 공격 이후 사우디 인사들이 미국을 떠난데 대해서는 "빈 라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테러 발생이후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을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는 알-카에다를 지원하기는 커녕 빈 라덴의 조직으로부터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사우디가 2001년 여름 이후 최고단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르키 왕자는 또 "사우디는 사우디에 있는 26명의 알카에다 강경파 중 절반 이상을 죽이거나 생포했다"면서 알-카에다와 싸우고 있는 사우디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서울=연합뉴스)

한편 쿠웨이트 정부는 1일 <화씨 9/11>이 우방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를 비난했다는 이유를 들어 상영금지 결정을 내렸다. 쿠웨이트 공보부의 시네마.프로덕션 감독관 압둘-아지즈 보우 다스토우르는 "쿠웨이트와 사우디는 특별한 관계이며 쿠웨이트에는 우방을 비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씨 9/11>은 사우디왕가와 부시가문이 공통이해를 갖고 있으며 이런 이해는 미국민의 이해와 상충된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화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한 것은 이라크침공의 발판이 됐던 쿠웨이트를 비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사우디도 미군 공격에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상기했다. <화씨 9/11>의 국내 독점 배급권을 가진 쿠웨이트 국영 쿠웨이트 국립영화사는 지난달 정부에 상영허가를 요청했다.(쿠웨이트시티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