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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스트롬볼리> vs <나의 일기>

잉그리드 버그만과 로베르토 로셀리니, 그 만남과 사랑의 첫 결실인 <스트롬볼리>는 기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은 다큐멘터리와 멜로드라마, 할리우드 스타와 섬 주민, 감독과 배우 사이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스트롬볼리>의 긴장감은 행여 승천할지 모르는 아름다운 여인 잉그리드 버그만을 붙잡으려는 남자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마음속으로부터 나온다(두 사람의 사랑과 스캔들이 빚어낸 로셀리니 내면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버그만이 출연한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로셀리니는 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 여인을 섬에 묶어놓으려 하는데, 잉그리드 버그만의 순교적 이미지는 그녀가 계속해서 출연했던 여러 편의 잔다르크 영화와 다름 아니다. 물론 로셀리니가 순수주의자라면 로셀리니 스타일의 풍경이 각각의 상반된 알레고리- 정착하려는 남자와 떠나고픈 외국 여자, 신성과 고달픈 삶, 화산과 바다, 수용소와 섬- 와 만나고 충돌하고 균형을 이루는 걸 말하려 할 게다. 그러나 버그만과 로셀리니의 관계에 관심이 먼저 가는 걸 어찌하나.

<나의 일기>를 비토리오 데 시카식으로 표현하면 ‘이탈리아식 생활’이 되겠지만, 영화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섬>은 <스트롬볼리>와 로베르토 로셀리니 영화에 대한 언급 그 자체로 보인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파솔리니에 대한 기억이 끝날 즈음, 난니 모레티는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키스 자렛 피아노의 엄격하면서도 자유로운 소리마냥 로셀리니의 세계로 훌쩍 넘어간다. 대중음악에 심취해 있으나 사람들이 들끓는 섬을 피해 조용한 섬으로 옮겨다니던 그는 네오리얼리즘을 두고 자성하는 듯하고, 그들이 잠시 머무는 섬 중 하나인 ‘스트롬볼리’의 화산장면에선 버그만을 가두려 했던 로셀리니에게 슬쩍 농담도 걸어본다. 물론 그중 압권은 30년 동안 TV를 보지 않다가 소프 오페라에 미치게 된 친구가 섬을 떠나면서 남긴 한마디다. ‘왜 TV를 비판하는 것이야. 난 TV를 보고 싶단 말이야!’ 이것이야말로 로셀리니가 후반에 전념했던 TV영화에 대한 언급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난니 모레티는 이상하게 소외됐거나 무게에 억눌려 있던 로베르로 로셀리니의 작품을 불러내 친근한 그 무엇으로 만들어놓았다. 가히 애정 어린 헌사라 하겠다.

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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