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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화에 한국의 혼을, SICAF 2004 코믹 어워드

지난 7월13일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 2004 코믹 어워드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2001, 2003 SICAF 어워드 만화 공로상으로 진행되었던 상이 2004년부터 SICAF 코믹 어워드로 정리되고 대상, 작품상, 특별상 3개 부문의 7개 시상으로 정리되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상의 수상 항목과 선정된 작품들이다. 기존의 만화상과는 달리 작품상 부문에는 ‘장편&연재만화상’, ‘단편만화상’, ‘만화스토리상’, ‘졸업작품상’으로 나누어 ‘작품의 완성도’를 중점으로 심사했으며, 시장의 확산과 새로운 전망을 보여주는 작품을 위해 특별상 부문(‘만화기획상’과 ‘새로운 발견상’)을 운용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1년 길창덕, 김종래, 2003년 고우영에 이어 2004년에는 이두호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80년대 이후 사극의 한길만을 줄기차게 고집해온 노장인에 대한 매력적인 헌사가 되리라고 본다. 작품상을 보자. 박흥용의 <호두나무 왼쪽길로>는 장편&연재만화상과 만화스토리상의 두 부문을 석권했다. ‘딸기’라는 가상의 인물을 찾아나서는 상복의 여행에 개인적 성장과 역사, 그리고 민족과 기행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녹여낸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편만화상은 오늘의 우리 만화 상반기 수상자이기도 한 최규석의 <사랑은 단백질>이 차지했다. 이 작품은 단편집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 수록된 미발표 단편으로 독특한 메타포와 우화적 표현이 기존 만화와 차별화되는 완성도로 평가받았다. 졸업작품상은 <앙꼬와 진돌이>의 작가인 최경진(앙꼬)의 졸업작품 <할머니>(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가 선정되었다.

특별상의 만화기획상은 경수로 공사를 위해 북한에 가 그들과 일하며 겪은 일을 만화로 옮긴 <보통시민 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를 펴낸 작가 오영진과 길찾기 출판사가 선정되었다. 독특한 논픽션만화로 한국 만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발견상에는 신춘문예 만화부문과 만화섹션 〈FUN〉을 창간하며 독자들에게 만화의 재미와 중요성을 알리는 데 공헌한 <경향신문>이 선정되었다. 이번 수상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이 모두 공감한 사실은 바로 지금이 한국 만화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모든 수상작이 대형만화출판사들의 작품이 아니라 새롭게 신설된 출판사들의 책이라는 점, 그리고 대여점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고 서점에서 만나는 책이라는 점은 한국 만화시장에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

최규석의 <사랑은 단백질>.

박흥용의 <호두나무 왼쪽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