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상력의 독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 영화에선 무의미한 일이다. 영감을 미야자키 하야오에 빚지고 있는 것이 비단 <날으는 돼지-해적 마테오>(이하 <마테오>)의 일만도 아닐 터. 출전을 아예 밝히고 들어가는 바에야 기대할 것은 어차피 새로운 상상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풀 3D로 제작된 이 영화가 <원더풀 데이즈>나 <엘리시움>처럼 시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그런 기념비적 도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신 3D 게임 수준의 비주얼과 TV 만화주제가풍 사운드트랙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토이 스토리>가 보여준 디지털의 진경에 도전할 의향 따위는 조금도 없다.
여름방학에 맞춰 개봉하고, 해적증명서를 발부하는 등 이미 검증된 시장을 타깃으로 삼는 이 영화는 거창한 프로젝트 대신, 눈높이를 낮춰 잡고 이미 익숙한 것들을 잘 버무리는 데 치중한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병인 스토리 문제를 잡겠다며 각본의 원안은 <포켓몬>의 소노다 히데키에게, 최종본은 소니와 콜럼비아사 작가들에게 맡기는 정도가 그 일환. 그러나 문제는 <돌아온 영웅, 홍길동>으로 흥행을 맛봤던 예술감독 윤석화에게 있어 <마테오>는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만화영화’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동의어인 두 용어를 굳이 구별하자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과와 ‘아이들이나 보는’ 간의 미묘하지만 심중한 차이랄까. 물론 아이들을 대동하고 극장을 찾아야 하는 학부모들에게 그것이 악덕일 이유는 없다. 어차피 <마테오>는 ‘아이들이나 보는’ ‘여름방학 특선 만화영화’일 것이므로. 그러나 지명도 높은 제작 라인업과 5년의 제작기간의 결과물로서는 어째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