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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누구를 위한 문화공공시설인가
이영진 2004-07-19

부안영화제 예술회관 사용 불허 논란 법정으로 확대

“예술회관을 군민에게 돌려달라!” 부안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갔다.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위원장 고길섶)는 7월14일 전주지방법원에 “부안군의 부안예술회관 사용허가 신청 불허 처분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영화제 조직위는 소장에서 “새만금 간척사업과 부안군 핵폐기장 유치사업에 저해되거나 반대되는 내용의 영화가 상영목록에 포함되자 막연히 예술회관 운영조례 7조를 들어 예술회관을 상영관으로 내줄 수 없다”고 한 부안군의 조치는 ‘독단적 전횡’이라고 밝혔다.

부안영화제쪽이 급기야 법에 호소하고 나선 데는 군내 영화상영 시설이 갖춰진 곳이 부안예술회관이 유일해서만은 아니다. “핵폐기장 건립을 추진하는 각종 행사들에는 공간을 내주면서도”, 핵폐기장 건립을 반대하는 대책위원회와 관련있는 부안영화제쪽에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지 않은 채’ 시설물 사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조직위원장인 고길섶씨는 “8월12일 개막까지 법적 결정이 나오지 않을 수 있어 현재로선 낮에는 초등학교, 밤에는 반핵민주광장 등의 방식으로 대안적인 상영장소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부안예술회관이) 군수의 사유물이 아니라 주민공공문화의 발전을 위한 시설임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부안군과 부안영화제의 갈등이 지난해부터 계속된 핵폐기장 건립에 대한 찬반 대립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리기란 어렵지 않다. 영화제쪽에 따르면, 8월12일부터 예정된 영화제 진행을 위해 6월10일 부안군을 찾아가 예술회관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부안군은 “새만금과 핵폐기장 문제가 프로그램에 포함되면 곤란하다”고 답했고, 결국 6월12일 예술회관 사용 불허 통보를 했다. 이후 “불허처분의 근거로 지적한 예술회관 운영조례 7조의 사용허가 제한 사유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느냐”는 영화제쪽의 질의에 부안군은 “구체적인 근거를 더이상 밝힐 수 없다”고만 했고, 재차 묻자 “(상영될 영화가) 군정에 역행하므로” 해당 조례 7조 5항인 “기타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사용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고 구두로 답했다 한다.

부안영화제의 법적 문제제기에 대해 부안군은 현재로선 딱히 할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애초 원칙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화관광과의 김현철 계장은 “어차피 법이 판단해야 할 상황 아닌가”라면서 사견을 전제로 “부안에 와본 적 있나. 지난해 대책위의 시위로 인해 방화가 됐고 현재는 방치 상태다. 무엇보다 국책 사업에 반하는 행사에 예술회관을 내줄 수 없다. 가장의 뜻에 반하는 이를 집에 들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영화제 개막까지는 앞으로 한달도 채 안 남은 상황. ‘생명문화를 보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주민들이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와 부안지역 전교조 교사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등 약 25편이 상영될 제1회 부안영화제는 지자체의 비협조로 인해 타격을 입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 삼아 ‘예술회관 운영조례 개정’ 등 문화공공시설을 되찾기 위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