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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 22일 상륙...파병반대에 큰 영향 미칠듯
2004-07-14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이 오는 22일 국내 개봉한다. 영화는 반부시, 반이라크 전쟁이라는 정치적 깃발을 높이 치켜올리며, 부시 행정부가 저지른 이라크 전쟁의 허상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어 파병반대운동이 불붙고 있는 국내 여론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제목 <화씨 9/11>은 정보감시 사회를 암울하게 그린 레이 브래더버리의 소설 '화씨 451'에서 따온 것이다. 소설에서 '화씨 451'은 책이 타기 시작하는 온도를 뜻하는데, 마이클 무어 역시 <화씨 9/11>를 통해 미국사회가 부시가 교묘한 여론조작을 통해 조장한 테러의 공포속에서 진실이 어떻게 화염에 휩싸여 사라져버렸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지난 6월 25일 미국 전역에서 868개의 스크린으로 개봉돼 첫 주 2천392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미국 영화사상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수립했다.

어떤 내용인가

마이클 무어는 영화에서 직접 내레이션을 하며 시종일관 부시를 신랄한 독설로 조롱한다. 부도덕하고 오만한데다 머리까지 나쁜 멍청이라고 비아 냥댄다. 영화는 부시가 집권한 이후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면서 부시가 얼마나 잘못된 판단과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여왔는지 집중공격한다.

영화는 치열했던 2000년 미국 대선부터 시작한다.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한 무능한 부시가 플로리다에서 부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던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백악관 주인이 된 것은 '허구의 선거'때문에 가능했다고 미국선거를 비꼰다. 그리고 나서 부시 일가와 그 측근, 그리고 부시와 가까운 친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와 빈 라덴 일가와 개인적으로, 사업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폭로한다.

이어 2001년 9월 11일 뉴욕시간으로 오전 8시 45분 9.11테러가 발발했을 때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부시가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받았다는 보고를 받고도 동화책을 읽으며 무려 7분 동안이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시간의 경과까지 자막으로 삽입하며 놀린다. 영화는 또 9.11테러 직후 미국에 있던 빈 라덴 일가가 FBI의 기초조사조차 받지 않고 백악관의 도움아래 특별기편으로 유유히 미국을 무사히 빠져나간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부시 일가와 빈 라덴 일가의 연관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미국 의회 의원들이 법안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애국법'을 제정하면서 미국 사회 전체가 테러의 공포에 사로잡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희화적으로 보여준다.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빈 라덴을 잡지도 못한 채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데 이어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와 '이라크-알 카에다의 관계'를 명분으로 단 한명의 미국인을 죽이지도, 미국 영토를 공격하지도 않은 주권국가 이라크를 폭격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이라크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위로 미항공모함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평화롭던 바그다드는 길거리에 나뒹구는 어린이들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는 부모들의 울음소리로 아비규환이 된다.

영화는 이라크에서 전투를 벌이는 사병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을 죽이는 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라는 등의 절규 가득한 육성을 들려준다. 또 미국 본토에서 이라크 전쟁으로 자식을 잃고 고통받는 가족들의 시들어가는 모습과 이라크 전선에 파견된 미군들이 직면한 끔찍한 현실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영화는 이런 비인간적인 비극적 현실에는 아랑곳없이 미군당국이 지원병이 줄어 들자 부자동네는 제쳐둔 채 미국에서 가난하고 실업률이 높은 빈곤지역에서 군지원자를 물색하는 장면과 '이라크 전쟁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라크 석유에만 혈안이 된 미국 기업가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분노를 자극한다. 영화는 이라크 전쟁에서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가 "아들을 살리고 싶다"고 절규하며 "내 아들을 이라크에 보낸 것은 알 카에다가 아니라 미국정부"라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마이클 무어는 누구인가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씨 9/11>을 만든 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논픽션 작가. 늘 낡은 운동모자와 티셔츠를 걸치고 나타나는 이 비만의 중년감독은 1954년 미시건주 플린트라는 가난한 마을에서 자동차 공장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때까지 줄곧 종교교육을 받았고, 한때는 성직자가 될 꿈을 갖고 있었다 고 한다. 학교교칙을 둘러싸고 학교당국과 마찰을 빚은 후 18살에 자신이 속한 학군의 교육위원회에 출마해 교육위원으로 당선돼 미국 최연소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갔으나 학교생활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그만둔 후 22살에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안 신문인 '플린트 보이스'를 설립해 문제의식을 키웠다. 그가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미국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다. 그는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외쳐 유명세를 탔다. 이 영화는 2002년 칸 영화제에서 55주년 기념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최우수 해외영화상을 수상하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1989년 제너럴 모터스사가 자신의 고향 미시건주 플린트에서 자행했던 다운사이징의 파괴적인 결과를 묘사한 <로저와 나>(아래 사진)를 만들었다.

감독이외에 그는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논픽션 작가이기도 하다. '두드, 나의 조국은 어디에'(2003년)는 6주 동안 미국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올해의 독일 도서상을 수상했다. 영화와 책을 넘어 TV까지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TV국가'로 에미상을 받았으며, TV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똑똑하고 재미있는 쇼라고 평가받은 '끔찍한 진실'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 미시간과 뉴욕을 오가며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국내 이라크파병 반대운동에 파장 미칠듯

<화씨 9/11>은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개봉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뜨거운 열기는 이라크 무장괴한에 납치돼 숨진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이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국내에도 만만찮은 속도로 전파 될것으로 보인다.

공식 개봉을 하기도 전에 이미 민주노동당이 오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를 열기로 하는 등 한국사회가 벌써부터 <화씨 9/11>의 영향권 안으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회상영에는 영화인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것으로 보여 이 시사회는 이라크 파병반대 결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