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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전해지는 섬뜩한 원혼의 저주, <착신아리>

휴대폰으로 전해지는 전형적이면서도 섬뜩한 원혼의 저주

<착신아리>는 <링>과 흡사하다. 원한을 품고 죽은 여인이 있고, 그 저주는 첨단문명의 이기를 통해 전달된다. 남과 여가, 원한의 수수께끼를 추적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하지만 설정이 비슷한 것은 전혀 흠이 아니다. <착신아리>는 완벽하게 독창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공포를 지니고 있는 공포영화의 수작이다. <착신아리>는 <링>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전달한다. 무섭게 한다면서 그냥 <링>의 사다코를 베끼는 파렴치함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거장의 졸작은, 종종 평범한 감독의 무난한 영화보다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미이케 다카시의 작품들도 그렇다. 1998년 <타임>이 ‘21세기에 가장 장래가 주목되는 감독’의 하나로 꼽았고, 해외영화제에 단골로 초청되는 미이케 다카시는 거장이긴 하지만, 약간 해괴한 감독이다.

91년 데뷔한 이래 5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온 미이케 다카시의 필모그래피에는 걸작과 범작, 졸작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단지 ‘시간이 남아서’ 많은 영화를 연출한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미이케 다카시는, 전혀 졸작을 두려워하지 않는 감독이다. 그냥 제작사의 요구대로, 미끈한 작품만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착신아리>는 졸작이 아니다. 그렇다고 걸작도 아니다. 미이케 다카시는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링>과 <라센>으로 공포영화 붐을 일으켰던 가도카와 영화사는, 시간이 흐르면 시들해진 공포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미이케 다카시를 끌어들였다. 미이케 다카시는 가도카와의 요구대로, 좋아하지도 않는 귀신을 섬뜩하게 그려낸다. 천장을 걸어오고, 휴대폰 화면 속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귀신의 모습은 정말 무섭다. <착신아리>는 미이케 다카시의 범작이지만, 무섭다는 점에서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상한 소문이 떠돈다. 메시지가 들어와 열어보면 발신번호는 자신의 것이다. 들어 있는 것은 ‘이런… 비가 오네’, ‘맞다. 깜박했네’ 같은 아주 평범한 말이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3일 뒤에는 그 말을 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죽고 나면,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에 다시 죽음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링>이 비디오를 통해서 죽음이 전파된다면, <착신아리>는 휴대폰을 통해 죽음이 전달되는 것이다. 그 메시지는 전화를 꺼두어도, 남의 전화를 잠깐 빌려도, 해지신청을 해도 찾아온다. 소문을 추적하던 방송팀은 메시지를 들은 나쯔미를 찾아와 생방송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퇴마사를 불러 악령을 퇴치해주겠다고. 그러나 원귀에게는 퇴마사도, 생방송의 카메라도 소용이 없었고 나쯔미의 친구인 유미(시바사키 고)와 여동생이 죽은 야마시타(쓰쓰미 신이치)는 저주의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착신아리>는 매끄럽다. 도발적인 수준을 뛰어넘어, 상식과 통념을 무참하게 짓밟아버리는 미이케 다카시 스타일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다. 유미의 친구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장면은 정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탁, 탁 하고 철조망이 끊어지는 소리와 쉭, 쉭 하는 공기흡입기의 소리나 조금씩 흔들리면서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연출은 차분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착신아리>의 압권은 나쯔미가 출연한 생방송 현장이다. “이런 사회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왜 다들 모르는 척하는지” 화가 난다는 미이케 다카시의 말처럼, 이 장면은 매스미디어의 폭력성을 비판한다. 죽음에서 도망치고 싶은 나쯔미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당장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쇼’만을 잡아내려는 프로듀서는 그 순간 원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의 진정한 즐거움은, 그런 사회적인 비판이 아니다. 항상 소리였던 저주의 메시지는, 나쯔미에게서 사진으로 바뀐다. 휴대폰 속의 사진이 움직이고, 그 움직임에 따라 현실의 죽음이 찾아온다. <이치 더 킬러>에서 최강의 고어장면을 연출했던 미이케 다카시는, <착신아리>에서는 오히려 절제된 잔인함으로 공포심을 배가시킨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이케 다카시는 나카다 히데오처럼 어떤 순간에 공포가 전달되는지를 알고 있다. 그냥 귀신이 얼굴을 들이밀거나, 기묘한 동작을 취한다고 무서운 것이 아니다. 때로 공포는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나 죽음과도 맞바꾸는 집착에서 시작한다. 미이케 다카시는 <오디션>에서, 한 남자의 공포를 그리고 있다. 그 남자는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났고, 아무런 잘못도 없이 혹독한 형벌을 받는다. 이유는, 없다. 아니 그건 그 여자의 집착, 사랑 때문이다. 그게 더 무섭고, 더 경악스럽다.

<착신아리>의 출발도, 집착이다.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았던 소녀. 그 작은 소망이 집착으로 바뀌고, 원한으로 바뀌었을 때 공포는 시작된다. 일본 민담에는 원한이 사무쳐 악귀가 되어버리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단지 마음 때문에, 살아 있는 인간이 그대로 요괴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미이케 다카시는, 전형적인 도시 괴담의 이면에서 처절한 인간드라마를 진행시킨다. 귀신이 나오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그 황폐한 마음의 지옥이 우리를 섬뜩하게 하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이 흔들리기는 하지만, 미이케 다카시는 능숙하게 관객을 공포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결국은 우리의 마음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마지막의 맑은 하늘은, 그래서 더욱 슬프다.

:: 배우 시바사키 고와 쓰쓰미 신이치

“그녀는 웃는 표정이 무서워”

고는 <배틀 로얄>과 <고>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다. 2000년의 <배틀 로얄>과 2001년의 <고>를 통해 블루리본상과 영화비평가대상 신인상과 <키네마준보> 여우조연상 등을 휩쓸며 각광을 받았다. “시바사키는 웃는 표정이 무서워”라는 미이케 다카시의 말처럼, <배틀 로얄>에서는 과감하고도 잔인하게 같은 학급의 친구들을 죽여버리는 소녀로 출연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친구건 누구건 상관없이 죽일 수 있는 소녀는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고>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재일동포 고등학생을 사랑하는 일본인 소녀 역이었다. 81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얼굴-알 수 없는 연인>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굿 럭> <닥터 고토 진료소> <오렌지 데이즈>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영화 출연작으로 <화장사> <드라이브> 등이 있고, 지금 최고의 히트작인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최근작이다. <환생>에서 가수로 출연하여 주제곡을 불렀던 시바사키 고는 <착신아리>의 엔딩 타이틀곡도 불렀다.

유미와 함께 행동하는 장의사 야마시타를 연기한 쓰쓰미 신이치는 연극 배우 출신. 64년생인 쓰쓰미 신이치는 84년부터 연극 무대와 TV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해오다가, 마쓰시마 나나코와 공연한 <야마토 나데시코>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사랑의 힘> <런치의 여왕> <굿 럭> <비기너> 등에 출연했고,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서고 있다. <탄환러너> <포스트맨 블루스> <언럭키 몽키> <먼데이> <드라이브> 등 사부 감독의 영화에는 모두 출연, 그 밖에는 〈39형법 제39조> <졸업> 등이 있다. 1945년 8월, 3번째 핵폭탄 투하를 저지하라는 밀명을 받은 일본의 잠수함이 미국 함대와 대결을 벌이는 대작영화 <로렐라이>에 야쿠쇼 고지, 쓰마부키 사토시 등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 최고의 요괴전문가이며 추리와 시대소설 작가이며 올해 나오키상 수상자인 교고쿠 나쓰히코의 데뷔작인 <우부메의 여름>의 영화판에도 출연한다. ‘지성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지닌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 쓰쓰미 신이치는, 순진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캐릭터를 잘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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