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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전 장관 1년 4개월 무엇을 남겼나
2004-07-01

“공익근무를 마치고 떠나는 기분입니다”

영화감독 출신으로 참여정부의 1기 내각에 참여했던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30일 개각에 따라 1년 4개월의 장관직 업무를 끝내고 영화계로 복귀했다. 그는 레저용 승용차 산타페를 직접 몰고 노타이 차림으로 문화관광부에 입성했던 모습 그대로 이날 이임식 대신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청사를 떠났다.

이 전장관은 "떠나는 자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심정을 내비치는 발언을 삼갔지만 "막상 떠나려니 못한 일이 많다"고 말해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문화정책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이 전장관은 취임초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넥타이를 풀면서 "형식이 굳으면 내용이 살지 못한다. 문화예술인들을 자주 만나는 문화관광부 공무원들은 권위주의보다 일상적 감각과 형식을 통해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문화정책뿐 아니라 일상적 행정에서 직원들에게 '형식파괴'를 권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문화관광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취임 인사말에서 공무원 사회를 '조폭문화'에 비유하는 등 파격적 언사로 주목받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후 문화관광부 직원들 사이에 '복장 자율화'가 번졌고, 넥타이를 맨 딱딱한 공무원의 모습이 사라졌다. 자율적인 근무분위기 속에서 각종 문화정책에 대한 토론이 부내에서 그치지 않았고, 현장 예술과의 소통도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자율을 강조한 그의 행정방침 때문인지 부내 직원들의 이 전장관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가 개각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문화관광부 직장협의회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쉬움'을 밝힌 직원들의 글이 다수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장관은 기자실 개방과 사무실 취재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취임초 발표했다가 언론과 적지않은 기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고, 이로인해 그가 추진해온 현장 중심의 각종 문화예술정책은 주목받지 못했다. 개각대상에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무렵에야 발표한 문화예술정책의 중장기 계획인 '문화비전'과 '새 예술정책'이 힘을 잃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사수운동 등을 통해 문화예술분야의 개혁적 인사로 분류됐고, 결과적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에 올랐던 이 전장관이 재임기간에 스크린쿼터 축소를 발표한 것은 현장 예술인과 정책담당자 사이에 가로놓인 벽을 실감하게 했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이 전장관이 참여정부의 첫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임명되자 문화예술계에서는 "오랜 숙원을 풀었다"며 반겼다. 는 재임기간 현장 문화예술인, 학계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화예술계의 중장기 비전을 담은 '문화비전'과 기초예술을 살리기 위한 '새 예술정책'을 만들어냈다. 문화예술정책의 큰 틀과 실천가능한 구체 사업들을 담고 있는 '문화비전' 등은 향후 일관성 있는 문화예술정책을 추진하는데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일회성 성과 위주의 문화행정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장관에서 물러날 무렵까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장기 문화예술정책을 뚝심있게 만들어냈던 그는 현장 문화예술인 출신에게 걸었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했던 장관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정치권에 섞이지 않으려는 이 전장관의 처신 등은 각종 문화정책을 추진하는데 보이지 않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때 정치권의 지역구 출마요구를 거부한 것이 이번에 스스로 장관직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현장 문화예술인 출신 장관이 갖는 정치적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재임기간에 손수 차를 몰고 출근하는 등 예술가로서 감각과 자기영역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이 전장관이 영화계로 복귀해 영화감독으로서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된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