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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웅시대> 최불암
2004-07-01

"얼마 전 어떤 분이 찾아와 요즘 TV를 보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아이들 교육상 좋은 드라마가 없느냐고 묻기에 바로 <영웅시대>를 보여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1960-70년대 경제개발의 대표적 주역들이자 이제는 고인이 된 현대와 삼성의 두 거대재벌 총수를 모티브로 한 MBC 드라마 <영웅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소원영)에서 주인공 천태산의 노년시절을 연기하는 최불암(64)은 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보였다.

30일 드라마 첫회분 시사회를 마치고 만난 자리에서 그는 실존했던 인물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 드라마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완전한 드라마도 아닌 다큐드라마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인지 연기자로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 대본을 보고 '우리 국민 중에 이 얘기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설정한 인물대로 연기하기 어려웠다"면서 후배 연기자 차인표와 전광렬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했다.

"이병철 회장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는 전광렬과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연기하려고 일부러 공부를 안했다는 차인표의 인터뷰를 보고 갈등을 느꼈지요. 고민 끝에 결국 천태산의 캐릭터상의 이미지와 실존 모델의 이미지를 섞은 인물을 연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천태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모델로 한 배역. 80년대 초 방영됐던 기업 드라마 <야망의 25시>에서 정 회장 역을 연기한 경험이 있고 고인과 개인적 친분도 있었던 그로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그때도 사적인 친분이 있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 흉내를 내는 것은 좀 쉬워진 것 같네요. 20년 전에는 지금보다 말투를 더 진하게 흉내냈고 움직임도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었어요. 내 음성이 원래 굵은데 그분은 가늘어 목소리를 짜내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목소리를 짜내는 것은 이제 잘 안되더군요."

최불암은 정 회장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시인 고 박목월 선생의 아들인 박동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해마다 강원도에서 해변시인학교를 열어 정 회장과 동행하게 됐다고 한다. '가난한 시인들에게 라면값이라도 주시라'는 그의 청에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발뺌(?)하던 정 회장이 못이기는 척 내놓은 돈은 30만원. 결국 자신의 돈 20만원을 보태 50만원을 냈다는 최불암은 "내가 대그룹 재벌 총수와 20대 30으로 냈다"면서 껄껄 웃었다.

'국민 탤런트'로 불릴 만큼 관록을 지닌 베테랑 연기자이면서도 아직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혹독할 만큼 철저하다. 기자들 앞에서도 "판문점을 지나는 장면에서 뭔가 잘못된 것 같다. 그분 걸음걸이가 원래 그렇지 않은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는 "나라가 잘 되려면 좋은 인간 본보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삶의 철학을 제시해주고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한 자리에 앉아 함께 보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