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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F학점은 아니다
2004-06-30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한국 드라마의 일본내 선전에 비해 올해부터 케이블·위성방송을 통해 한국 안방극장에 소개되기 시작한 일본 드라마의 흥행성적표는 평균 시청률 1%가 넘는 것이 1편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초라한 편이다. 이런 비대칭적 반응은 무엇 때문일까 김영덕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최근 ‘일본드라마의 편성실태와 수용현황’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일본드라마의 흥행부진 이유와 잠재 가능성을 진단해 눈길을 끈다.

김 연구원이 시청률조사회사인 닐슨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올 1월5일부터 5월31일까지 9개 유료채널에서 방송된 일본드라마 40편을 조사한 결과 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1%를 넘는 드라마는 <고쿠센>(1.2432%, 에스비에스 드라마플러스 방송) 단 한편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채널 프로그램 시청률이 웬만해선 1%를 넘기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드라마의 국내수요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일본드라마의 산업적 문화적 여파는 크지 않았다는 게 김 연구원의 평가이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한일간의 드라마 제작수준이나 드라마 형식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예컨대 국내에서도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드라마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트렌디 드라마를 제작 방송해왔기 때문에 일본 트렌디 드라마에서 신선감이나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고 오히려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을 다루는 멜로 부문에선 국내의 드라마가 강하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김 연구원은 동의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일본 드라마에 대한 시청구조는 크게 마니아층과 비마니아층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올해 들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기념우표 발행 등 비마니아층인 일반인들의 일본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반감시킬 만한 요인들이 반복되면서 시청률 부진의 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김영덕 연구원 “40편 수입에 시청률 1% 돌파 1편뿐”

“팬클럽만 82만명, 젊은층 지지 탄탄해 낙제점 평가 일러”

그러나 김 연구원은 2003년 이후 최신작은 2편에 불과하고 일본방영 당시 시청률 30%(지상파 기준)가 넘는 초대형 히트작도 방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성적’만으로 일본드라마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체 40편 가운데 68%를 차지하는 27편이 젊은 층 취향의 러브스토리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으나 이야기 전개 유형이 볼링, 경찰, 원조교제, 초능력자, 요리 등 국내 드라마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신선하다고 김 연구원은 평가했다. 또한 전반적으로 가볍고 일본 젊은이들의 세태를 반영한 트렌디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인기만화를 극화한 드라마가 많았다. 이에 따라 40~50대 중년 여성들의 시청층이 가장 높은 국내 드라마와 달리 일본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20대에서 가장 높았다.

20대 시청률이 가장 높은 드라마는 19편으로 가장 많고, 10대가 7편, 30대가 7편 등 주로 젊은 층에서 호응을 얻었다. 한때 4%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고쿠센>은 10대의 시청률이 20대에 비해 약 3배가 높았다. 젊은층이 일본드라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는 인터넷 팬카페와 회원수에서도 확인된다. 6월11일 현재 다음카페에서 ‘일본드라마’로 검색했을 때 549개의 관련 카페가 등재돼 있으며, 이가운데 ‘일본티브이’의 경우 회원수만 82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