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은 다시 영인(양조위)이 죽고 난 다음인 2002년, 자신의 정체를 아는 모든 이들을 제거했지만 유건명(유덕화)은 과거로부터 풀려나지 못한다. 새로운 적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적을 위해서라면 냉혹한 수단도 마다지 않는 보안반장 양금영(여명)이 자신의 뒤를 캐기 시작한 것. 그러나 마침 한침과 거래했던 본토 조직의 보스 심등(진도명)이 양 반장과 유착됐다는 사실을 포착하자 유건명은 양 반장과 심등의 관계를 수사해 들어간다.
그럼 이번엔 조직과 거래하는 ‘나쁜 경찰’과 좋은 경찰이 되고픈 조직원간의 무한 격돌일까? 그것도 꽤 흥미로워 보이지만, 실제 싸움은 여전히 진영인과 유건명만의 것이다. ‘무간도’는 애초의 ‘무간’(無間)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수한다. 다른 점은 죄의식으로 착란증세를 보이는 유건명에게 이제는 선악의 차이뿐 아니라 ‘피아’(彼我)의 차이마저 없어졌다는 점이다. 무간지옥이 홍콩의 비열한 거리에서 유건명의 의식 속으로 넘어온 셈. 한층 더 절망적이긴 하지만 장엄한 3부작 서사의 결말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편에 대한 소상한 부연설명이 붙고, 심등과 양금영을 둘러싼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3부작은 매듭을 짓는 견고한 수순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돌아오는 곳은 두 사람의 운명이 어긋났던 경찰학교에서의 결정적 순간. 영화는 이들이 결국 이 질긴 시간의 폐쇄회로- 무간지옥을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한다.